“피아노 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피아노를 연주한다.”
‘재즈피아니스트’ 마리아 킴(김희진)을 소개하는 문장이다. 악기 연주자이면서도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모두 갖춘 마리아 킴의 음악은 재즈와 클래식의 조화가 아름답다. 마리아 킴은 한국 대중음악상과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데뷔 9년차인 올해는 미국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제 국내는 물론 세계의 재즈 신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됐다. 현재 재즈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호주, 중국 등에서 월드투어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27일 세계의 재즈 신에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마리아 킴을 만났다. 다음은 마리아 킴과의 일문일답.
-첫 월드투어에 나서고 있다. 소감은
“올해 처음 정식으로 투어를 진행하게 돼 감사하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활동하면서 보다 넓게 재즈를 사랑하는 분들을 만나 뵈는 소중한 기회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재즈 팬들을 만날 수 있어 의미깊었다. 데뷔 9년 만의 월드투어다. 감회가 새롭다.”
-재즈 뮤지션 마리아 킴의 음악적 색깔은
“무엇보다 멜로디를 중시한다. 재즈적인 면, 대중성, 예술성 등의 요소를 떠나 음악에서는 멜로디가 가진 힘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떠나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멜로디에 힘이 있는 곡을 찾고 전달하는 게 제 음악에서 추구하는 목표다. 또 노래를 하면서 멜로디를 표현하기 때문에 가사를 통한 소통을 중시한다.”
-재즈의 장르는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1950~1960년대 재즈를 ‘스트레이트 어헤드 재즈(Straight-Ahead Jazz)’라고 한다. 정통 재즈라고 불리는 스타일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살아있을 때를 좋아한다. 이 시대에 나왔던 뮤지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클래식 피아노로 시작해 재즈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3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는 클래식이 지루해지더라(웃음). 음악 자체에 흥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 몰래 변형하며 연주했다. 그렇게 변형하는 음악이 없을까, 찾아보니 재즈가 자유롭게 변경하고 연주할 수 있는 장르더라. 노래는 피아노 즉흥 연주가 계기가 됐다. 즉흥 연주를 하다 보면 노래와 달리 호흡 조절에도 신경쓰지 못하고 과하게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 선생님이 노래하면서, 숨을 쉬면서 절제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노래를 하다 보니 가사가 주는 직접적인 메시지의 전달이 매력적이라 결국 피아노와 보컬을 같이 하게 됐다.”
-재즈의 매력은
“재즈는 즉흥 연주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그날 공연장의 음향, 함께 하는 연주자들의 기분, 오신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서 연주나 노래도 바뀐다. 결과적으로는 매일 다른 음악이 되는 것 같다. 그게 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실제 재즈는 같은 곡을 여러 뮤지션이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재즈는 알고 계시는 익숙한 멜로디를 새로운 매력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 베니 베넥 3세 등 수많은 뮤지션들과 콜라보했다
“재즈 음악의 장점 중 하나가 정말 처음 만나는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러셀 말론은 ‘재즈가 여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누구든 만나서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7집 앨범 ‘미스티 블루(Misty blue)’에서도 콜라보가 성사됐다. 이번 앨범에서는 관악기를 사용해 1950년대 하드밥이라는 재즈의 세부 장르를 표현하고자 했다. 악기 자체를 잘 다루시면서 재즈적인 즉흥연주가 가능한 분을 찾다가 ‘한국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 마침 팬데믹이 끝난 시점에 제가 가장 콜라보 하고 싶었던 트럼펫 연주자 베니 베넥 3세에게 SNS를 통해 연락했는데 흔쾌히 수락했다. 미국 최고 재즈 전문지인 다운비트가 지난해 꼽은 떠오르는 신인이다. 1주일 동안 같이 투어하고 7개 곡을 같이 연주하고 녹음했다. 원하는 그 이상을 표현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무엇보다 베니 베넷 3세와 작업한 앨범을 통해 미국 레이블 ‘라 리저브(La Reserve)’와 계약하고 미국 데뷔가 성사됐다. 미스티 블루가 발매되면서 뉴욕 투어도 하게 됐다. 오는 11월에는 미시건 투어도 앞두고 있다. 음악은 사람이 하는 작업이고, 좋은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두드려서 열릴 것 같지 않았던 문이 열리는 것 같다. 8집 앨범도 뉴욕에서 작업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그분들과 어울리는 음악을 구상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는 과정이 너무 즐겁다.”
-작업할 때 우선순위에 놓는 요소는
“재즈 특성상 팝이나 가요와는 다른 악기와 보컬의 밸런스가 우선순위다. 제 경우 앨범을 CD나 LP로 작업하다 보니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 같다. 요즘 중시되는 고음질과 다소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에서 중간지점을 찾는 게 가장 오래 걸리고 신경 쓰인다. 개인적으로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녹음 단계에서는 헤드폰, 이어폰을 쓰지만 후반작업이나 앨범을 모니터링 할 때는 꼭 스피커를 사용한다. 제 음악이 열린 공간, 카페나 일상 공간의 스피커로 울려 펴졌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길 바란다. 그런 부분들이 요즘 트렌드와 살짝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팬분이 말씀주셨는데 비싼 오디오를 구입하는 것은 ‘지휘자처럼 악기 연주자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라고 하시더라. 저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선호하고, 녹음에서도 최대한 이를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재즈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마리아 킴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거나, 의미 있는 곡 등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사실 모든 곡이 사랑스럽다. 특히 7집 미스티 블루는 가장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제게 전환점이 됐고, 미국에서 투어를 하게 만들어주기도 했고. 저는 마지막 트랙에 좋아하는 곡을 수록하는 편이다. 케이크 먹을 때에도 딸기를 마지막에 먹는 타입이다(웃음). 앨범을 다 듣기 시간이 없다면 마지막 곡을 들어봐달라.”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재즈 자체가 메이저한 장르는 아니다보니 생소한 분들도 많이 계신다. 저를 소개를 할 때 비유도 많이 해주신다. 하지만 언젠간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이 ‘마리아 킴’ 하면 바로 알아주실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이후 목표는
“오는 11월 대만, 미국 미시건 투어를 앞두고 있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뉴욕에서 8집 앨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에도 투어를 이어간다. 더 부지런히 앨범도 발매하고 열심히 공연하면서 라이브와 음반으로 인사드리겠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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