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를 꽂는 한방, 짜릿했다.
프로야구 키움의 외야수 이형종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맞대결에 6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짜릿한 2타점 결승타를 쳐내며 팀의 6-4 승리를 견인했다. 앞선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했던 키움은 이 승리로 이달 9∼11일 한화 3연전 이후 2주 만에 위닝시리즈를 얻어냈다. LG 상대 시즌 상대 성적도 9승5패로 더 앞서간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아리엘 후라도(키움)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4회말 터진 최주환의 역전 스리런포, 변상권의 백투백 홈런으로 앞서던 팀이 8회초 흔들렸기 때문. 불펜 김동욱이 홍창기에게 통한의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내주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듯했다.
‘베테랑’ 이형종은 바로 그 순간 움직였다. 동점을 내주고 맞이한 8회말, 판이 깔렸다. 1사 후 김혜성(2루타), 송성문(고의사구)에 이어 최주환까지 유격수와 좌익수, 중견수 사이 애매한 곳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 혼돈에 빠진 LG 앞에 1사 만루 밥상을 받아든 이형종이 섰다.
거침 없었다. 김진성을 맞아 2구째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전 적시타를 뽑았다. 2명의 주자가 여유있게 홈을 밟는 한방이었다. 지난 4월 14일 고척 롯데전 이후 무려 133일 만에 뽑아낸 타점이자 결승타였다. 경기 종료 후, 동료들로부터 시원한 물세례가 쏟아진 이유다.
흠뻑 젖은 채 인터뷰에 임한 그는 “프로 생활 하면서 한 번도 안 받아봐서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동료들이 해줬다”며 “그런데 너무 심하게 뿌리더라. 누군지 제대로 못봤는데 고막까지 물이 들어온 것 같다”고 웃었다.
적시타 상황에 대해서는 “김진성 선배가 NC 있을 때 상대를 많이 해봤다. 포크볼을 많이 던져서 그걸 노렸는데 초구 직구가 들어와서 당황했다”며 “컨택 되면 좋고, 안 되면 (카운트상)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직구는 놓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운 좋게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프로 커리어처럼, 올 시즌도 역시 파란만장하다. 133일 만에 타점이 나온 이유도 불의의 부상으로 인한 긴 이탈 때문이었다. 지난 4월 21일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 골절상으로 원치 않는 쉼표를 찍었다. 지난달 1군에 돌아왔지만, 정상이 아닌 컨디션 속에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다시 2군으로 향했고, 지난 23일이 돼서야 재콜업됐다.
“프로 와서 다치고 수술한 것들 포함해 재활과 회복만 8년은 한 것 같다”는 그는 “(공백기에는)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약해진다. 다시 돌아오고 나니 팀도 어려운 상황이라 책임감이 많이 들었다. 뭔가 보여줘야 된다는 압박감에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포기는 없다. 그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한다. 자신 있는 스윙이 원래 내 매력인데, 그걸 못 해왔다.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의 계기가 됐다. 코치님들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안 풀리면 이렇게 또 안 될 수 있구나 싶은 시즌이다.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또 한 번의 도약을 다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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