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곳, 특별한 경험…우리가 몰랐던 발리를 만나다

로컬 주민과 돌아본 '우붓' 구석구석

인근 세바투 마을의 힌두 사원
고대 건축 감상…연못 보며 '물멍'
발리 중부 '울루 페타누라 폭포'
시원한 물줄기 맞으며 수영 즐겨

알코올 20~50도의 전통주 '아락'
그대로 마시거나 칵테일로 제조
고급 원두 재배 '세기라 커피 농장'
가공 과정 체험·시음 등 투어도

‘신들의 섬’, 인도네시아 발리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우붓(Ubud)’으로 향하자. 발리의 심장부에 위치한 우붓은 자연의 아름다움, 풍부한 문화가 어우러진 예술과 영혼의 도시다. 국내선 ‘정글뷰’라는 키워드로 대표된다.

끝없이 펼쳐진 계단식 라이스필드, 푸른 정글 사이로 전해지는 고요함은 일상에서 벗어난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곳 주민들은 ‘우붓은 영혼을 담은 발리의 진정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흔히 ‘휴양지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붓만큼은 오산이다. 관광객이 아닌 ‘로컬 주민’과 함께 몰랐던 면을 찾아가는 경험은 또 색다르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우붓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러 떠났다.

계단식으로 펼쳐지는 우붓의 라이스필드. 사진=정희원 기자

◆클래식 폭스바겐 타고 마을 한바퀴

우붓의 전통 마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것이다. 로컬 여행사뿐 아니라 우붓의 리조트 대다수는 지역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만 ‘어디로 가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붓에서 나고 자란 만다파 어 리츠칼튼 리저브 레저 매니저와 함께했다. 우붓을 빠삭하게 꿰고 있어 남들이 모르는 곳은 물론, 우붓 지역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클래식 폭스바겐181 컨버터블을 타고 우붓의 전통 마을을 돌아본다. 사진=정희원 기자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1968년 나온 클래식 폭스바겐181 컨버터블을 탄다는 것. 오래된 클래식카인데 승차감이 좋다. 싱그러운 나무향, 스치는 바람에 오픈카를 타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름다운 시골을 달리며 체킹(Ceking) 마을과 수많은 논들을 지난다. 거리의 남성들이 쓰고 다니는 두건이 인상적이다. 레저 매니저는 이는 전통의상 중 하나인 ‘우당(Udeng)’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행사 등을 할 때 많이 쓴다고. 강아지들을 좋아하는 발리 사람들, 집을 지키는 강아지들이 많다.

푸라 구눙 카위 세바투 사원. 잉어 한마리가 사원을 지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물멍’ 명소, ‘물의 사원’

우붓에는 다양한 사원이 많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관광 명소인 ‘우붓 몽키 포레스트 사원’이다. 하지만 사람에 치이는 게 싫다면 쉽지 않은 곳이다. 고즈넉하면서도 발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많다. 이번에는 ‘푸라 구눙 카위 세바투(Pura Gunung Kawi Sebatu)’로 향했다. ‘푸라’는 인도네시아어로 사원을 의미한다.

이는 우붓에서 약 12㎞ 떨어진 세바투(sebatu) 마을에 위치한 아름다운 힌두 사원이다. 레저 매니저는 “이 사원은 힌두교의 물의 여신 비슈누에게 헌정된 곳으로, 물의 정화와 풍요를 상징한다”며 “발리의 다른 유명 사원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어 일정에 넣었다”고 말했다. 들어가기 전에 사롱을 걸치고 입장한다.

사원을 지나는 관광객들. 사진=정희원 기자
사원 앞에는 사롱을 파는 가게가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푸라 구눙 카위 세바투 사원은 11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리의 고대 건축 양식과 조각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사원의 섬세한 조각과 돌계단, 다양한 힌두 신들을 묘사한 작품들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발리의 바쁜 관광지에서 벗어나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아이들이 사원 계단을 오르길 기다려주는 할아버지. 사진=정희원 기자

사원은 계곡 안에 자리잡고 있다. 여러 개의 연못과 분수대가 있는 ‘물멍’ 명소다.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명상’이 된다.

물멍을 하며 명상하기 좋은 푸라 구눙 카위 세바투 사원. 사진=정희원 기자
사원을 찾은 현지 여학생들이 오리에게 밥을 주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우붓의 숨은 보석 ‘울루 페타누 폭포’

우붓에는 다양한 폭포가 많다. 이번에는 ‘울루 페타누 폭포(Ulu Petanu Waterfall)’로 향했다. 이는 발리 중부의 숨겨진 보석 중 하나로, 이 역시 아직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고요한 자연을 즐기기 좋다.

폭포로 가려면 짧은 하이킹을 해야 한다. 내내 계단이 이어져서 그렇지, 걷는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주변의 푸른 정글과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유산소운동은 덤이다.

울루 페타누 폭포를 만나려면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사진=정희원 기자

울창한 열대 우림 속에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주변의 연못은 맑고 깨끗한 물로 채워져 있다. 발을 담그거나 잠시 쉬어가기 좋다. 현지 예비부부가 폭포를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폭포에서 수영하며 시간을 보낸다.

울루 페타누 폭포. 사진=정희원 기자

발리의 고대 전설에 따르면 울루 페타누라 폭포는 페타누 강의 신성한 물줄기로 여겨져 왔다. 레저 매니저에 따르면 이 폭포도 현지인들에게 신성한 장소로 간주된다. 폭포 주변에 작은 힌두교 사원도 보인다.

폭포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 남성. 사진=정희원 기자

◆‘아락’ 마시며 느끼는 발리

한국에 소주가 있다면 발리에는 ‘아락(Arak)’이 있다. 아락은 인도네시아의 전통주다. 주로 쌀, 코코넛 등의 원료를 발효하고 증류해 만든다. 아락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마자파히트 시대(1293~1527)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왔다고 한다.

아락은 특히 발리에서 유명하다. 발리의 아락은 종종 코코넛 꽃에서 채취한 수액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다. 원주 그대로 마시기도 하고, 칵테일로도 즐길 수 있다. 알코올 함량은 20도에서 50도까지 다양하다.

오카가 아락을 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아락 마스터를 만나고 싶다면 만다파 어 리츠칼튼 리저브에서 바텐더 ‘오카’를 찾자. 투숙 중이라면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아락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1인당 9만원 남짓이면 코코넛, 쌀, 감자, 사탕수수 등으로 만든 5잔의 아락, 이를 베이스로 만든 5잔의 아락 칵테일이 제공되는 역대급 클래스다. 오카가 고른 베스트 아락은 ‘감자’로 만든 것.

아락 마스터 오카의 원픽은 감자로 만든 아락이다. 사진=정희원 기자

오카의 설명을 통해 더 재밌게 인도네시아의 전통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우붓을 필두로 자틸루위(jatiluwhi), 젬브라나(jembrana), 킨타마니(kintamani), 시데멘(sidenme) 등에서 생산되는 아락을 통해 발리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본다.

만다파 어 리츠칼튼 리저브를 찾았다면 꼭 마셔야 할 우붓 몽키. 사진=정희원 기자

투숙객이 아니라도 이곳의 바 ‘앰버’를 찾으면 오카의 아락 베이스 칵테일을 만날 수 있다. 오카가 개발한 시그니처 ‘우붓 몽키’와 ‘라이스콜라다’는 꼭 마셔야 한다. 오카는 “라이스콜라다는 피나콜라다의 밀키한 맛을 라이스밀크로 대체해 칼로리는 줄이고 풍미는 유지한 칵테일”이라고 소개했다.

 

기자가 꼽은 베스트는 ‘우붓 몽키’다. 우붓의 원숭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바나나향과 피넛버터의 풍미가 조화롭다. 여기에 스파이시한 아락을 더해 톡 쏘는 맛을 더한 칵테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붓의 맛을 칵테일에 그대로 녹여낸 듯하다.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며 우붓의 맛을 즐겨보자.

커피 원두를 볶고 있는 여성. 사진=정희원 기자

◆최고의 리조트에 공급되는 커피는 어떤 맛?

발리 여행하면 커피 농장을 빼놓기 어렵다. 커피가 특산품인 발리에는 커피 농장이 많다. 발리의 커피 문화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커피 플랜테이션에서는 방문객들이 직접 커피 재배 및 가공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커피 농장 직원이 세척한 루왁 원두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번에는 ‘세가라 윈두 커피 플랜테이션(Segara Windhu Coffee Plantation)’을 찾았다. 이곳은 만다파 어 리츠칼튼 리저브에 원두를 공급하는 농장이다. ‘리저브’는 리츠칼튼 중에서도 세계에 여섯 곳밖에 없다. 럭셔리 호텔에 공급되는 원두인 만큼 꼭 경험해볼 만하다.

세가라 커피 농장은 발리 중부의 아름다운 산악지대인 킨타마니 지역에 위치했다. 킨타마니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유명하다. 이 농장에서는 발리의 특산품 루왁 커피를 필두로 다양한 고품질 커피를 재배한다. 직원들은 커피 나무가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된 커피 열매가 어떻게 가공되어 커피로 변하는지 설명해준다. 들어가자마자 바닐라 나무, 원두나무 등과 허브향을 직접 맡아볼 수 있다. 커피 원두를 볶는 냄새가 무척 고소하다.

직원이 루왁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샘플로 시음할 수 있는 커피와 차. 사진=정희원 기자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커피와 차를 시음하는 시간이다. 작은 소주잔 모양의 컵에 샘플들이 주르륵 담겨 나온다. 숫자가 붙어 있어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확인하기 좋다.

 

루왁커피는 물론 코코넛 커피, 초콜릿 커피, 아보카도 커피, 진저커피, 망고스틴 차 등 발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커피를 마셔볼 수 있다. 구입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글·사진=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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