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②] 金 찌르고, 金 쏘고… 파리 누빈 ‘총·칼·활’의 민족

(왼쪽부터)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이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쏘고, 찌르고.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에서 13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2008 베이징·2012 런던)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총·칼·활’로 대표되는 무기 종목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한국 선수단이 따낸 13개의 종목 중 10개가 ‘총·칼·활’에서 나왔다.

 

◆금메달 싹쓸이

 

올림픽을 비롯한 메이저 국제대회만 되면 한국 양궁은 금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많은 금빛 소식을 전한 효자 종목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양궁은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양궁 종목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모두 석권했다. 양궁 전 종목 석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혼성 단체전이 도입돼 양궁 금메달이 5개로 늘어난 뒤로는 전 종목을 처음 석권했다.

 

중심에는 김우진과 임시현이 있었다. 김우진은 사상 첫 남자 3관왕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5개)의 주인공이 됐다. 임시현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어져 온 여자 단체전 10연패의 역사를 이끌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관왕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다. 여자 개인전 은메달 남수현, 남자 개인전 동메달 이우석까지 한국 양궁을 빛냈다.

 

여자 대표팀은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돼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양궁 경기장이 설치된 레쟁발리드는 센강의 변화무쌍한 바람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늘 그렇듯 회장사 현대차그룹의 꾸준한 지원으로 이뤄낸 대한양궁협회는 철저한 준비와 실력 위주의 선발로 또 한 번의 역사를 써냈다. 나란히 3관왕에 오른 김우진과 임시현은 대한체육회 선정 파리올림픽 남녀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여자 사격 반효진, 양지인, 김예지, 오예진이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하우스 앞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변의 연속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직전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 한 개에 그치며 역대 최저 성적을 낸 한국 사격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올림픽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사격 황제’ 진종오의 은퇴로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파리에서 달라진 경쟁력을 확인했다.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000년생 동갑내기 사수 박하준-금지현은 10m 공기소총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연일 호성적을 기록했다.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금, 은메달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기세를 이어 ‘여고생 사수’ 반효진이 10m 공기소총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2007년생인 반효진은 만 16세 313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단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더불어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등 각종 기록을 써내려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지인이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조영재의 은메달까지 추가하며 최고 성적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변화를 줬다. 선발전에 역대 최초로 결선 제도를 도입해 경쟁력 향상에 힘썼다. 그 결과 선수들이 결선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연달아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 모두 2000년대생이다. 4년 뒤 LA 올림픽에서의 기대를 높였다.

(왼쪽부터) 남자 사브르 대표팀 박상원, 구본길, 오상욱, 도경동이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주국의 중심에서

 

한국 펜싱은 신흥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펜싱 종주국 격인 프랑스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사상 첫 개인전,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단체전의 경우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이어진 3연패(2016년 리우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미개최)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성적과 함께 세대교체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동안 호흡을 맞추며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김정환과 김준호가 은퇴하며 급하게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구본길과 오상욱이 건재한 가운데 박상원, 도경동이 빈자리를 잘 메웠다. 특히 형들이 흔들릴 때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승리를 이끌며 기대를 모았다.

 

개인전에서는 오상욱이 한을 풀었다. 이전까지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 2020 도쿄에서 김정환이 기록한 동메달이었다. 오상욱은 한국 남자 사브르 역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달성하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역시나 새 얼굴들이 가득한 여자 사브르(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며 빛나는 미래를 예고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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