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암살자 ‘동맥혈전증’… 다리 통증도 알고보니 동맥경화 탓?

여름철, 수분 부족‧혈액 점도 상승… 혈관건강 주의보

하지동맥폐색, 척추질환으로 오해… 80% 막힌 경우 대부분

더운 여름철에는 혈전증(Thrombosis)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량이 부족해지고, 혈액 점도가 높아지기 쉬워 혈전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

 

일명 ‘피떡’으로 불리는 혈전은 혈액이 굳어 생긴 덩어리다. 혈전이 발생한 장기의 위치에 따라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으로 구분된다.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혈관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동맥혈전증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동맥혈전증이란.

 

“동맥혈관이 막히는 동맥혈전증은 혈관 내에서 혈전이 형성돼 혈류를 차단한다. 심장‧뇌‧팔‧다리 등 주요 장기로의 혈액 공급을 방해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 뇌졸중, 폐혈전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혈전이 관상동맥에 발생하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에 생기면 뇌졸중이, 폐동맥에 나타날 경우 폐혈증 등으로 되는 식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조기 발견이 상책이다. 대체로 동맥혈전증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2~3배 많이 발생하고 65세 이상에서 2배이상 많다.”

 

-동맥혈전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영양분과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몸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다보니 동맥 혈전은 대개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에서 비롯된다.”

 

-동맥혈전증 중에 흔한 사례를 꼽아달라.

 

“하지동맥폐색이다. 복부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장골동맥’에 혈전이 생길 경우 다리에 통증과 저린 느낌이 생긴다. 이를 하지동맥폐색이라고 한다.

 

이는 대표적인 동맥혈전증 가운데 하나다. 동맥이 50% 이상 막히기 전까지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다리가 썩고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문제는 종아리나 골반이 아프다보니 고관절 또는 척추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러가지를 다 시도했는데도 저리고 아픈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면 다리 동맥 경화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병원을 찾아 발목 상완지수를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을 갖고 있거나 흡연하는 경우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동맥폐색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없나.

 

“하지동맥폐색의 경우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거나 변색 및 괴사를 겪을 수 있다. 만성 다리 혈관 폐색증은 총 6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에서는 100~200m 걸었을 때 다리에 통증과 쥐가 올라온다. 2~3단계에 이르면 수십미터만 걸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4단계에서는 움직임이 없어도 다리 등이 아프다. 5~6단계에는 궤양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방치하면 괴사 등으로 다리가 썩고 급사 위험이 커진다.”

-어떤 질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하지동맥폐색은 조기치료가 특히 중요하다고 들었다.

 

“실제로 최근 60대 남성 환자가 심각한 다리 통증으로 내원했다. 복부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장골동맥에 혈전이 발생해 발끝까지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하지파행증이었다. 걸을 때 종아리나 골반이 아파서 고관절이나 척추질환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맥 혈전으로 다리가 저린 사람은 혈관의 80% 정도가 막혔을 무렵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팔과 발목의 혈압차이를 확인하는 발목상완지수(ABI) 검사와 혈관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척추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발목의 최고 혈압을 팔의 최고혈압으로 나눠 그 값이 0.9 이상이면 정상이고, 미만이면 다리 동맥 경화증이나 폐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변하는 것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혈관의 50%가 막히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아 구분이 어렵다.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혈관 검사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면 적절한 치료와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동맥폐색으로 진단받은 경우 치료는 어떻게 하나.

 

“동맥혈전증이 생겼다면 동맥 내막에 죽종(atheroma)을 제거한 뒤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해 인공패치를 붙여 봉합한다. 석회화로 좁아진 혈관은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전반적 제언을 해달라.

 

“여름철 건강한 혈관 상태를 유지하려면 충분한 수분 섭취로 혈전 발생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또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가 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체온 유지도 중요하다. 

 

평소 혈관을 좁히고 혈전을 유발하는 음주, 흡연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성은 경구피임약 복용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인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확인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