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Scene] 하늘의 엄마에게 바친 은메달...박혜정, “한국 가서 꼭 보여드릴거에요”

박혜정이 1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용상 2차 시기 168㎏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엄마한테 보여드려야죠.”

 

환한 미소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기념했다.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299㎏(인상 131㎏·용상 168㎏)을 들어 올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빛 바벨을 들어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엄마와 함께

 

뜻하지 않은 아픔을 겪었다. 올림픽을 불과 석 달 정도 남겨둔 지난 4월 8년간의 암 투병 생활 끝에 어머니 남현희 씨가 세상을 떠났다. 2003년생으로 이제 막 21세가 된 박혜정에게 큰 슬픔이었다. 당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태국 월드컵 출전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장례를 다 치르고 출국한 그는 최중량급(87㎏ 이상급)에서 인상 130㎏, 인상 166㎏으로 합계 296㎏을 들어 올리며 리원원(중국)에 이어 2위로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 가족이 함께했다. 아버지와 언니는 파리를 찾아 박혜정을 지켜봤다. 어머니는 하늘에서 이를 지켜봤을 터. 그동안 엄마를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대회에 집중했다. 그는 “가족에게 메달을 가장 보여주고 싶다. 아빠랑 언니한테 보여주고 한국에 가서 엄마한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대회 전에는 엄마 생각을 거의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몸을 푸는 과정에서 문득 생각이 나더라. 시상대에 올라가니 울컥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그래도 웃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박혜정은 “힘든 거를 말하면 저도 멘탈이 흔들렸을 것 같다. 그래서 언급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엄마가 여기에 있었으면 바로 가서 안아줬을 것”이라면서 “아직 엄마 얘기가 나오면 눈물이 나는데 계속 울 수는 없지 않나. 마음을 많이 다스리려고 했다”고 웃었다.

 

◆포스트 장미란

 

2008 베이징 금메달을 포함해 올림픽 메달 3개로 빛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뒤를 잇는 스타의 등장이다. 2020 도쿄에서 맛본 역도 종목 노 메달 쾌거도 지워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박혜정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랭킹을 산정하는 대회에서 체급 당 국가별 1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확보했다. 꿈에 그리던 생애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박혜정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지막 선수가 박혜정 뿐이라는 말이 나왔다. 솔직히 부담감을 느꼈고 꼭 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느꼈다”면서 “다행히 메달을 따서 행복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인상에선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좋은 컨디션으로 나섰다. 박혜정은 “중학교 때부터 인상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들어서 인상에 집중했다. 인상 동작할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혜정이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용상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LA 올림픽까지

 

이제 막 전성기 구간에 접어들었다. 현존 최강 리원원에 도전할 유일한 후보다. 박혜정은 “이번에 같이 뛰어봤는데 제가 조금 더 성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리원원 선수가 몸이 많이 떨어졌더라. 2028년 LA 올림픽 때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 목표로 잡아보겠다”고 바라봤다.

 

끝으로 그는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에 대해 “이제 그 별명에 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게 대회마다 최선을 다하며, 역도 경기가 더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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