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칼리프, 여자 복싱 金... “앞으로 나처럼 비난 받는 사람 없길”

알제리의 이만 칼리프가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여자 66kg급 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신화 뉴시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여자 복싱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칼리프는 10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복싱 여자 66㎏급 결승전에서 양리우(중국)를 상대로 5-0(30-27, 30-27, 30-27, 30-27, 30-27) 판정승을 거뒀다. 대회 내내 계속된 성별 논란을 딛고 복싱 최강자로 우뚝 섰다.

 

칼리프는 우승한 뒤 알제리 국기를 흔들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그는 알제리 여자 복싱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 후 칼리프는 취재진에게 “정말 행복하다. 올림픽 챔피언은 내 8년 동안의 꿈이었고 이제 올림픽 챔피언이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8년 동안 잠도 못 자고 피곤함에 지친 채로 훈련했다”며 “나를 응원하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지만 이번 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대회 칼리프와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의 16강전을 앞두고 “남자 선수가 출전하는 건 부당하다”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유력 인사도 칼리프의 출전을 비난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별한다며 칼리프는 복싱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3일 ”칼리프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다. 여권에도 여성으로 나와 있다”며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칼리프를 옹호했다.

 

칼리프는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전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나같이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