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Star] 김유진의 반전 드라마…상위랭커 줄줄이 꺾고 정상으로

사진=뉴시스/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상대로 승리,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금빛 발차기였다.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해냈다. 9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을 상대로 2-0(5-1, 9-0) 완승을 거뒀다. 한국 태권도가 여자 57㎏급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무려 16년 만이다. 한국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00 시드니 대회(정재은)부터 2004 아테네(장지원), 2008 베이징(임수정) 등 해당 체급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끊겼던 명맥을 김유진이 이어나가게 됐다.

 

김유진은 8살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태권도를 시작했다. 처음엔 호신술을 익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태권도에 흥미를 느낀 김유진은 빠르게 성장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큰 키(현 183㎝)를 활용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성인이 된 후엔 다소 고전했다. 국제대회 때마다 찾아온 크고 작은 부상 악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실력에 비해 랭킹이 낮았던 배경이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쳐 보였다.

 

사진=뉴시스/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상대로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어렵게 기회를 잡았기에 더 값지다.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5위까진 자동으로 출전권이 주어진다. 단,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가 남녀 각각 2명 미만인 국가의 경우 추가로 대륙별 선발전에 나설 수 있다. 일찌감치 출전권을 확보한 이다빈 외의 한 명 더 내보낼 수 있었던 한국은 고민 끝에 57㎏급 대륙별 선발전을 노리고자 했다. 김유진은 지난 3월 열린 파리올림픽 아시아 선발전 4강서 줄리 맘(캄보디아)을 물리치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반란이었다. WT이 대회 직전(6월)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서 김유진은 24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 줄줄이 상위 랭커를 물리치며 포효했다. 16강전서 랭킹 5위이자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꺾은 것이 시작이다. 8강전서 랭킹 4위이자 한국계 캐나다 선수인 스카일라 박을, 준결승에선 해당 체급 1위이자 2022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뤄쭝쓰(중국)까지 넘으며 점점 기세를 높여나갔다.

 

마침표까지 완벽했다. 결승서 세계랭킹 2위이자 2023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야니찬데까지 잡았다. 경기 내내 자신감에 찬 모습이 엿보였다. 1라운드 초반엔 양 팀 모두 탐색전을 벌였다. 상대의 감점을 유도,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갔다. 1라운드를 5-1로 가져갔다. 2라운드에선 한층 더 공격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시작 34초 만에 머리 공격에 성공했다. 긴 다리를 활용한 몸통 공격도 2차례 성공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김유진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사진=뉴시스 / 김유진이 9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상대로 승리,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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