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안세영(22·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충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 획득 후 대표팀 시스템을 향한 폭탄 발언으로 충격을 줬던 안세영은 7일 오후 귀국 후 “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아직 협회, 소속 팀과도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없다. 자세한 내용은 상의한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일단 말을 아꼈다.

 

마찬가지로 침묵하던 협회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빠른 시일 내 대표팀 선수 및 코치진과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내용과 문제점을 파악할 것”이라며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여러 곳에서 상충하면서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고됐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무릎 부상 오진 및 협회의 미흡한 관리 ▲선수의 의사와 무관한 대회 출전 혹은 불참 ▲대표팀의 단·복식 훈련 방식 문제점 및 단·복식 선수 차별 대우 ▲향후 올림픽 출전 여부 등이다.

 

협회는 이를 하나하나 짚으며 반박 주장을 내놨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트레이너의 파리 동행 불발에 대해서는, 안세영을 전담했던 한수정 트레이너 본인이 파리행을 거절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국제대회 출전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미출전) 벌금 규정 때문에 부상 선수를 무리하게 출전시킨 사례는 없다”고 일축하는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반박했다.

 

아울러, 대표팀의 김학균 감독과 코치들도 협회 보도자료를 통해 함께 입장을 밝혔다. 감독 이하 코치진은 “올림픽에 참가한 12명의 선수 한명 한명에 대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게 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다”며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낀 게 있다면 사죄드린다. 올림픽을 위한 처절한 준비과정이었을 뿐, 어떠한 사적 감정이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고된 진실공방과 별개로 이번 사태가 번진 후 협회가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 여론이 뜨겁다. 특히 협회가 SNS상에 취한 ‘속 좁은’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협회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경기 결과를 나타낸 그래픽과 현장 사진을 게시하며 배드민턴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정작 안세영이 28년 만에 빚은 여자단식 금메달 순간은 “배드민턴 여왕, 파리에서 정상에 오르며 낭만 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짤막한 그래픽만 업로드했다. 금메달을 확정 지은 감격의 순간과 안세영의 강렬한 세리머니, 시상식이 담긴 현장 사진은 모두 제외됐다. 배드민턴 팬들로부터 공식 협회가 감정적인 대처를 한다는 비판이 일어난 배경이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협회의 귀국 항공편도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당초 협회와 선수단은 7일 오후 4시경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고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세영의 폭로가 나온 후, 김택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원진은 급하게 이날 아침 일찍 도착하는 비행기로 항공편을 변경했다. 김 회장은 귀국 후 “협회와 안세영 측 갈등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며 “(항공편 변경은) 오늘(7일) 중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범국민적 관심이 모여들면서 스포츠계를 넘어 정계까지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장부 장관은 이날 열린 스포츠윤리센터 임원진 임명 수여식에 참석해 “이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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