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불쇼' 하다 침샘에 염증 생겨 개고생"

스타★톡톡 영화 '탈출' 주지훈

극중 렉카 기사 조박 역 맡아
장발에 브릿지 염색까지 하고
파격적인 비주얼로 시선 압도

"실험용 군견 에코들 쫓기 위해
직접 위스키 머금고 불쇼 소화
원래 차력사가 준비돼 있었는데
완벽하게 하면 이상할 것 같아
CG없이 스스로 하기로 결정"
사진제공=CJ ENM

이번엔 렉카(구난차) 기사다.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구난차 기사 ‘조박’ 역으로 돌아왔다.

킹덤에서는 좀비 사냥, 신과 함께에서는 저승사자로 지옥을 넘나든다. 비공식작전에서는 레바논 외교관 납치 사건에 휘말린 택시기사로 분하더니 이제는 재난물이다. 공항대교 붕괴에 개조된 군사견 무리 탈출에 난리도 아니다. 주지훈은 영화를 찍으면서 침샘 염증에 경추 이상까지 겪었다.

여기에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 대표 미남 배우가 머리를 장발로 늘어뜨리고 ‘브릿지’까지 넣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화끈한 변신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조박, 영화 속 쉼표 맡은 캐릭터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저희 영화는 빠른 전개, 긴장할 때는 긴장하고 끝에 통쾌하게 끝나는 명확한 ‘팝콘무비’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장면이 되게 속시원하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명확한 점이 영화를 택하는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조박은 인생의 잭팟을 노리며 사고를 기회로 삼는다. 반려견 ‘조디’와 함께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에 휘말린다. 주지훈은 “관객과 편하게 만나고 싶었다”며 “제가 맡은 역할은 아무래도 쉼표를 줄 수 있는, 꽤나 ‘기능성이 많이 포함된’ 캐릭터다. 조박이 등장하는 구간이 ‘쉴 수 있는 구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발에 브릿지… “주유소에서 일하던 형들 생각나”

가발까지 써가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 “이 대본에서 받은 느낌을 구체화한 것이다. 망가졌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김태곤 감독님과 캐릭터를 찰흙 빗듯 만들어나간다. 저는 거부감을 가지거나 ‘이런건 좀…’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조박의 모습을 보고 ‘이거 너무 간 거 아냐?’라고 할 수 도 있지만, 저는 그냥 편견없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박 외형의 레퍼런스는 어릴 때 본 ‘가스 배달하는 형들, 주유소에서 일하고 학교 안 나오는 무서운 형들’에서 차용했다. 주지훈은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는 돈이 많지 않은데 자아표출이 엄청나지 않나. 돈이 없어 미용실에 갈 수는 없으니 과산화수소로 머리감았던 것처럼”이라며 “조박은 돈을 아끼는 친구이니 귀찮아서 머리를 길렀을 것 같고, 공짜라서 주유소 점퍼를 입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조박은 이기적 아닌 개인적 캐릭터… 동화되는 모습 인상깊어

최근의 주지훈은 뭔가 능청스럽고, 개성 있는 코믹 캐릭터로도 많이 분한다. 그는 “저는 위트있고 코믹한 것을 좋아한다. 주성치 영화도 좋아하고”라며 웃는다. 주지훈은 “다들 살기 힘들지 않나. 위트있고 재미있는 걸 보는 게 즐거운 순간이 될 수 있다. 저도 과자 쌓아놓고 만화나 코미디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마음껏 하지 못하지만(웃음)”이라고 전했다.

조박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터부시하지만, 개인적인 성향, 이기심도 인간의 감정 아닐까. 그런데 보통 그런 애길 하면 안될 거 같다고 느낀다. 조박은 그런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 조박은 개인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지훈은 “사회적 동물로서 교육을 받지 않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이기적인거, 피해를 안주면 개인적인 거다. 그런 점이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변모하고 동화되는 조박의 모습 자체가 아주 작은 메시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친구들이랑 영화보고 군사견들 쫓아오면 어쩔거야?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런 가벼운 얘기조차 남는거다”라고 말했다.

◆트렁크에 몸 밀어넣고, 위스키 불쇼까지 투혼의 연속

주지훈이 꼽은 ‘조박의 베스트 장면’은 실험용 군견 ‘에코’들을 피해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신이다. 그는 “제 키가 187cm다. 그 작은 차에 몸을 욱여넣어야 했다. 실제 개구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처음에 눈으로 봤을 때는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몸을 넣는 것 자체가 고난이더라. 그 부분은 왜 CG로 해주지 않았는지 의문이다(웃음). 통증과의 사투였다”고 돌아봤다.

에코들을 쫓기 위해 위스키로 화염을 일으키는 ‘불쇼’ 장면도 스스로 해냈다.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뿜어내 불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위스키가 침샘에 고여 촬영 내내 염증을 앓았다.

주지훈은 “원래 전문 차력사가 준비돼 있었다. 제가 하겠다고 하자 김태곤 감독님이 ‘그걸 왜 니가 하니?’라고 이야기하시더라. 그런데 그 자체가 상황상 위기를 타파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자기 안위만 챙기던 개인적인 애가 동료애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신이다. 버스로 갔으면 됐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너무 완벽하게 해도 이상할 것 같았다. 결국 스스로 해야겠더라”고 했다.

주지훈은 조박이 ‘엄청나게 선한 마음도 아니지만 누가 아킬레스건을 잡듯 찝찝한 마음’에 전우애라도 표현한 게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마임을 배운게 아니다보니 불 없이 연기력으로 커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직접 위스키로 해보니까, 너무 쓰더라. 나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표정, 줄줄 흐르는 위스키, 마비된 느낌, 연기로 보여줄 수 없는 ‘진짜’ 요소가 전달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신뢰했던 이선균 배우, 평안하길

영화에 함께 출연한 고 이선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배우 이선균은 좋은 선배이고 배우다. 시원시원하고. 후배이다보니 평가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다. 한마디로 신뢰할 수 있는 배우이지 않나. 배우 입장에서도 동료로서 한쪽 파트를 완전히 맡길 수 있다. 신뢰하는 배우랑 연기하면 그렇게 편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선균은 한예종(한국종합예술학교) 특유의 디테일함이 있다고도 회상했다. 그는 “제 경우 극적 허용이 있으니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는 신이 있다. 예를 들면, 처음에 추돌사고가 났을 때 군인들이 내려오지 않나. 그때 딸을 두고 내려야 하나, 같이 가야 하나에 대한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똑같은 대본인데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 아닐까. (이선균 배우도) 평안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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