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티켓을 훔쳐서라도 봐야 할…황정민 ‘맥베스

나는 나의 욕망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공연이 끝난 뒤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는 ‘맥베스’다.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용맹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황정민). 동료이자 친구 뱅코우(송일국)와 함께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와 마주치게 된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의 자손 또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게 되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부인,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를 부추겨 덩컨 왕을 살해하게 만든다.

 

둘 만의 비밀로 손에 피를 묻히고 왕이 된 맥베스. 하지만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는 마녀들의 예언 때문에 점점 불안감에 휩싸인다. 결국 또 다른 예언의 대상이었던 뱅코우와 맥더프의 가족들을 몰살하고 이에 대한 죄의식으로 죽인 이들의 환영과 공포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그. 

 

한편, 맥베스에 의해 가족을 잃은 맥더프와 덩컨 왕의 장남 맬컴은 복수를 하기 위해 잉글랜드에서 군대를 모르며 스코틀랜드로 쳐들어 올 준비를 하는데. “악으로 시작한 일은 악으로 끝내야 하니까”라는 대사처럼 이 극의 끝은 어디로 치닫게 될까.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쓰인 작품이다. 파멸과 죽음으로 가는 대사 속 문학적 표현이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맥베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목표를 향해 앞뒤 재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레이디 맥베스, 광기와 죄책감, 살기에 미쳐가는 맥베스를 비롯해 문제를 회피하고픈 인간의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꺾이지 않을 기품 등 다양한 등장 인물들을 통해 지금 나와 가장 닮은 캐릭터를 찾아보게 된다. 

 

2024년 무대에 오른 맥베스는 알맹이만 고전이다. 현대의 관객을 이어주는 조명과 의상 등 무대 연출로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상사에게 보고하는 장면을 영상 통화처럼 처리한다던가, 덩컨 왕이 살해되는 장면에서 얼굴을 클로즈업해 벽을 마치 영화 스크린처럼 활용하는 등 미디어아트를 활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의상 역시 중세 시대 의상이 아닌, 현대의 일본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패션 피플의 모습이다. 

 

의상과 무대를 가득 채우는 흑백의 대비는 인간의 이중성을 뜻한다. 여기에 화려한 조명은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엿보게 한다. 붉은 피를 뜻하는 빨간 조명은 맥베스의 욕망과 버무러져 무대를 비극 그 자체로 만든다. 

 

황정민은 맥베스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맥베스는 100% 배우의 예술이었다. 무대에 오른 황정민 외 김소진·송일국·송영창·남윤호·홍성원·임기홍·윤영균·김범진·박종태·김대진·도광원·김연수·이원·이재원·김정현·유지리산·이주원·강예찬·백준헌·송상규·김정기 등 22명의 배우들의 기운이 국립극장을 가득 채운다.

 

주인공인 황정민의 ‘원맨쇼’가 아니다. 앞서 이름을 나열한 21명의 배우들이 황정민의 등을 밀고, 멱살을 잡아 끈다. 환상의 호흡으로 황정민을 탐욕의 왕으로 만든다. 

 

‘티켓을 훔쳐서라도 봐야 할 공연’이다.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이 이상 더 적확한 표현이 없다.

 

한편,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 6번째 주자인 맥베스는 2024년 오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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