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은메달 들고 독립투사 현조부 만나러 간다…“한국 국적 선택 잘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한국 유도 선수단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자랑스러운 메달을 들고 독립운동가 현조부와 기쁨을 나눈다. 

 

유도 대표팀 허미미(경북체육회)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획득한 개인전 은메달,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들고 6일 오전 대구광역시 군위군을 찾아 현조부 추모기적비에 참배한다. 허미미는 올림픽 일정을 끝내고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동료들과 귀국한 뒤 인터뷰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면 현조 할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내일 참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미미는 “(할머니의 뜻을 따라) 한국 선택을 잘한 것 같다"며 "아쉽게 은메달을 땄지만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국 국적 선택에 영향을 준 할머니를 떠올렸다. 또한 그는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쉬웠지만,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며 “다음 대회 때는 꼭 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 기간 한국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가서 행복함을 느꼈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미미가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의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출신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6세에 유도에 발을 들였다. 2017 전일본중학선수권 우승으로 떡잎을 드러낸 후, 고교시절 일본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던 허미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택했다. 그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한국 선수로 뛰길 바란다고 남긴 유언 때문이었다. 명문대로 꼽히는 일본 와세다대에 진학한 허미미는 평상시엔 학교에 다니면서 국제대회 시즌에는 한국에 들어와 훈련했다. 뿐만 아니라 허미미는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의 중심에 섰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다. 

 

일본에서 유도천재로 불렸던 허미미는 태극마크를 달고 2년 만인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57㎏급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한국 유도가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8년 안창림(남자 73㎏급)과 조구함(남자 100㎏급) 이후 6년 만이었다. 여자 유도 기준으로는 1995년 정성숙(여자 61㎏급)과 조민선(여자 66㎏급) 이후 29년 만이었다.

 

모두의 기대 속에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허미미는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연장전(골든스코어)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아쉬운 반칙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1위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석패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싶어 가사를 미리 외우기도 했다는 허미미는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쉬웠지만,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며 “다음 대회 때는 꼭 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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