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전 샀으면 10% 수익인데…' 엔화, 서서히 고개드나

원·엔 재정환율 연중 최저점 대비 12% 뛰어
BOJ 금리인상·美 빅 컷 가능성에 엔화 절상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원화 대비 엔화의 환율은 지난 6월 말 대비 10%가량 올랐다. 뉴시스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엔화가 최근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인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국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강달러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데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점 등도 엔화 강세의 이유로 꼽힌다.

 

 5일 하나은행 고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 환율(100엔 기준)은 958.73원을 기록 중이다. 연중 최저치인 857.08원(6월 28일)과 비교하면 11.9%나 뛴 수준이다.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서도 강세다. 지난 3일 달러·엔 환율은 146.54엔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3일(161.68엔) 대비 9.4% 가치가 올랐다.

 

 엔화 강세의 요인으론 우선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거론된다. BOJ는 지난달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올렸다. 이는 지난 3월에 이어 4개월 만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BOJ는 이날 성명문에서 “앞으로도 경제·물가가 BOJ의 전망대로 흘러가면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끌어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BOJ의 예상 밖의 기준금리 15bp 인상 결정에 따라 미-일 간 금리 차 축소 전망이 커지며 급격한 엔화 강세가 전개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9월 기준금리 인하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침체 공포가 커졌다. ‘빅 컷(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를 낮추면 상대국 통화의 가치는 뛴다. 달러화가 약세를 띠면 엔화의 가치도 오르게 마련이다. 달러인덱스도 하락세다.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지난 6월 24일(106.05)에서 지난 2일 (103.22)까지 내렸다. 지난달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달러에 문제를 제기한 점도 미 달러 약세, 엔화 강세를 촉발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7일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강달러와 엔화 약세를 용인하기 힘들다”고 발언했다.

 

 최근 엔화 흐름에 대해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대의는 바뀌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해석이 만연해 미·일 금리 차 축소 기대에 따른 엔화 강세는 최소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엔화의 단기 급등에 따라 국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111억엔으로 집계됐다. 전월(1조2929엔) 대비 818억엔 감소한 수준으로 지난해 12월(-641억엔)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은행들은 이를 두고 단기 엔화 급등에 따른 차익 시현 물량 출회에 따른 거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port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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