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Scene] 골프 김주형이 흘린 눈물, 그 의미는?

사진=AP/뉴시스
김주형이 5일 프랑스 기앙쿠르 르 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4라운드 18번 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이런 감정은 정말 처음입니다.”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굵직굵직한 무대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스윙에 집중했다. 올림픽은 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기 때문일까. 순간순간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5일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 골프 나쇼날(파71)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 레이스를 마친 김주형(나이키골프)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주형은 “눌러왔던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눈물이 나올지, 감정적으로 될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낯선 그림이다. 김주형이 골프를 시작한 뒤 대회를 마치고 눈시울을 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첫 올림픽. 김주형은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8위에 자리했다. 2016 리우 대회 당시 안병훈이 작성한 공동 11위를 넘어 한국 남자 골프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3라운드까지 10언더파 203타를 적어 냈다. 공동 6위. 최종라운드서 버디 4개를 잡아내며 한때 공동 2위 그룹에 1타 차 뒤진 공동 4위까지 추격했으나 뒷심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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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3일 프랑스 기앙쿠르 르 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골프 3라운드 6번 홀에서 퍼팅 후 지켜보고 있다.

 

단순히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흘러나온 눈물은 아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느꼈다. 상상 이상의 무게감이었다. “메이저대회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진 못할 것 같다”고 운을 뗀 김주형은 “올림픽이 무엇인지, 손흥민 선수가 왜 우는지 알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국 남자 골프가 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없지 않는가. 이번 올림픽에선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한국 골프를 위해 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주형은 일찌감치 ‘골프 신동’이라 불렸다. 두 살 때부터 티칭 프로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을 다니며 골프를 접했다. 2019년 만 17세 나이로 프로세계에 뛰어들었다. 그해 아시아프로골프투어 파나소닉 오픈 정상에 오르며 남다른 잠재력을 자랑했다. 아시안투어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이었다. 한국프로골프(KPGA)를 넘어 미국프로골프(PGA)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통산 3승을 쌓으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작성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형이 1일 프랑스 기앙쿠르 르 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서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경험은 김주형이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코스 곳곳에서 한국 팬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김주형은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좋은 일”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이렇게까지 부담되는 대회는 처음이다. 다음엔 더 잘 준비해서 한국이 금메달을 많이 따는 양궁처럼, 멋진 모습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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