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썼다.
김우진은 4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더불어 한국 양궁은 역대 최초로 5관왕의 업적을 이뤄냈다. 남녀 단체·개인전, 혼성 단체전을 모두 휩쓸었다. 올림픽 단일 대회 금메달 5개 달성은 세계 최초다. 역대 올림픽 양궁에서 나온 50개의 금메달 중 무려 32개를 챙긴 한국은 양궁 강국의 위엄을 또다시 전 세계에 입증했다.
한국 양궁은 첫 5관왕을 달성했다. 금메달 싹쓸이는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여자부 장혜진-최미선-기보배와 남자부 구본찬-김우진-이승윤이 나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혼성 단체전이 생긴 도쿄 대회에서는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4관왕에 달성한 바 있다. 파리에서 최초로 금메달 5개를 목에 걸었다.
시작부터 좋았다. 지난 29일 임시현-전훈영-남수현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빛 과녁을 적중시키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어져 온 단체전 10연패의 역사를 이어갔다. 김우진-이우석-김제덕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이 기세를 이어받아 남녀 동반 3연패를 이뤄냈다.
랭킹 라운드에서 남녀 1위를 차지한 김우진과 임시현은 혼성 단체전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남녀 양궁 최고의 궁사들이 모이니 금빛 질주는 당연했다.
개개인의 실력도 최고였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임시현과 남수현이 2004년 아테네 대회 박성현, 이성진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과 은메달의 한을 풀었다. 지난해 37년 만의 아시안게임(AG) 3관왕을 달성한 임시현은 파리에서도 3관왕의 업적을 썼다.
마지막 방점은 ‘맏형’ 김우진이 찍었다. 김우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다. 당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개인전에서는 32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단체전 우승을 합작했지만 개인전에서는 또다시 8강에서 미끄러졌다.
10년 넘게 국가대표 생활을 하며 최정상에 있었던 김우진이지만 유독 올림픽 개인전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언에 따라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를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끝내 꿈에 그리던 올림픽 개인전 우승과 함께 첫 3관왕을 달성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양궁은 그동안 남자 개인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2년 뮌헨 대회 이후 13번의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미국이 5개의 금메달을 따며 이 부문에서 한국보다 많았다. 김우진은 8년 만에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 양궁에 금메달을 안겼다.
더불어 올림픽 최다 금메달의 신기록도 썼다.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 2020 도쿄 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 3개를 얹어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을 안았다.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금메달 4개) 등 한국 스포츠 레전드들을 넘어 동·하계를 포함해 역대 한국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작성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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