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염색체’ 女선수 논란에 IOC “여권 기준” 입장…해리포터 작가 “올림픽 퇴색” 분노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왼쪽)가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16강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NYT 보도 캡처

 

‘XY 염색체’ 선수의 성별 논란이 거세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IOC는 2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는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지만 IOC가 여자부 경기 출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는 칼리프와 린위팅이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세계선수권 막판 두 선수를 실격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를 갖고 있다”며 “금지 조치는 세계 선수권 대회의 ‘공정성과 성실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IOC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실격 처분에 관해 “두 사람은 도쿄 올림픽, IBA가 승인한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한 선수들”이라며 “두 선수는 2023 세계선수권대회 말미 정당한 절차 없이 실격 처분을 받았다. IBA의 갑작스럽고 자의적인 결정의 피해자였다”고 지적했다. 예전부터 이어온 명확한 기준에 따라 칼리프와 린위팅은 그동안 경기 출전 자격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IBA의 실격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IOC는 “웹사이트에 공개된 IBA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결정은 IBA 사무총장과 최고경영자가 단독으로 내린 것”이라며 "IBA 이사회는 한참 뒤에 이를 승인했고, 향후 유사 사례에서 따라야 할 절차를 수립해 IBA 규정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두 선수에 관한 공격은 자의적인 결정에 근거하고 있다”며 “경기 중 자격 규정이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규정 변경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파리 노르에서 열린 2024년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16강에서 이마네 칼리프(알제리)는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에게 기권승을 얻었다.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이었다. 단 두 번의 펀치만 주고받은 뒤 기권이 나온 건 올림픽 복싱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칼리프의 첫 번째 펀치는 카리니의 턱끈을 떼어냈고 두 번째 펀치는 카리니 턱을 때려 반바지에 피를 흘리게 했다. 기권으로 시합이 끝난 뒤 카리니는 칼리프의 악수를 거부했고 링에서 나가며 눈물을 보였다.

 

카리니는 “내 건강을 위해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펀치를 전에 느껴본 적이 없다. 두 번째 펀치를 맞은 후 나는 코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고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이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만 그는 칼리프의 출전 자격을 두고 “저는 판단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다. 공정한지 불공평한지 말할 입장이 아니다.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코치 에마누엘레 렌치니에 따르면 카리니는 코에 주먹을 맞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렌치니는 “한번의 주먹질로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 경기는 대등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경쟁이 아니었다”며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을 비판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남성 유전적 특성을 가진 운동선수는 여성 경기에 참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 운동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경기에 앞서 이탈리아 가족부 장관은 “불공정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안드레아 아보디 체육부 장관은 “국제대회에서 호르몬 수치에 관한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도 “미친 짓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여성 복서가 부상을 당해야 하나, 여성 복서가 죽어야 하나”라고 소신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는 “당신들(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이 칼리프를 링에 오르도록 허락했기에 그녀(카리니)는 훈련한 모든 것을 빼앗겼다. 당신들은 수치스러운 존재이고 ‘보호’는 농담일 뿐이며 파리올림픽은 카리니에게 가해진 잔혹한 부당함으로 영원히 퇴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켈리프는 트랜스젠더는 아니며 성 발달 장애(DSD)를 앓고 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XY 염색체와 높은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진 것. 칼리프의 다음 경기는 오는 3일 여자 66kg급 8강전으로 헝가리의 루카 안나 하모리와 맞붙는다. 안나 루카 하모리는 “나는 두렵지 않다. 진실이 뭔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이기고 싶다. 만약 칼리프가 남자이고, 내가 이긴다면 더 큰 승리가 될 것”이라며 각오를 보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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