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Scene] 체조 선수에서 사격 선수로…루아노의 금빛 도전

사진=AP/뉴시스 
아드리아나 루아나(과테말라)가 1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표하고 있다.

금빛 도전이었다.

 

아드리아나 루아노(과테말라)가 활짝 웃었다. 1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서 우승했다. 완벽에 가까웠다. 50발 중 놓친 것은 5발뿐이었다. 45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품은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새롭게 작성했다. 종전까진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에서 슬로바이카의 주자나 레하크 슈테페체코바가 마크한 43점이 최고 기록이었다.

 

루아노의 지난 이야기를 떠오르면 더욱 뭉클하다. 1995년생인 루아노는 총을 잡기 전 체조 선수였다. 2011년 세계체조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전을 겸하고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몸에 이상 신호가 느껴졌다. 허리 통증을 느낀 것. 검사 결과 척추 뼈 손상이 발견됐다. 당장 회복에만 1년 넘은 시간이 예상됐다. 오랜 시간 애정을 쏟았던 체조를 더 이상은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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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나 루아나(과테말라)가 1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올림픽 무대를 향한 갈증을 지우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루아노는 “그렇게라도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루아노는 의사의 제안을 떠올렸다. 체조 대신 척추에 영향을 덜 미치는 사격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사격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선수로서 처음 올림픽에 향한 것은 2020 도쿄 대회다. 아픔이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심적으로 힘든 상황서 루아노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시련과 고난 끝엔 달콤한 성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심지어 루아노의 금메달은 과테말라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인구 1830만명의 과테말라의 올림픽 역사는 1952년 헬싱키 대회 때부터 시작됐다. 직전 올림픽까지 2012년 런던 대회 육상 남자 경보 20㎞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서 장 브롤이 사격 남자 트랙 동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루아노가 정상에 우뚝 섰다. 새 이정표를 세웠다.

 

많은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을 터.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루아노는 경기 후 “이 메달을 아버지께 바치겠다”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많은 감정이 뒤섞여있다. 아직은 이게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과테말라의 첫 금메달이라 더욱 소중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루아노는 “스포츠는 내 삶이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과테말라 여성을 대표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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