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이모저모] ‘욱일기 보드’ 막아낸 韓서핑부터 ‘월드스타’ 도약한 김예지까지

호주 서핑 국가대표팀 잭 로빈슨이 사용하려 했던 욱일기 문양의 서핑 보드. 사진=잭 로빈슨 개인 SNS

 

 

2024 파리 올림픽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기뿐 아니라 경기장 바깥에서도 예상 밖 해프닝이 벌어져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끈다.

 

◆빠지지 않는 ‘욱일기’ 논란

 

바다가 만들어내는 장관, 거침없는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서핑은 2020 도쿄에서 정식 종목으로 도입됐다. 이번에는 파리에서 1만5706㎞ 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푸후에서 전 세계 서퍼들이 치열한 메달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바로 이곳에 ‘욱일기 보드’가 휘날릴 뻔했다. 심지어 일본 선수가 아닌 호주 선수가 이를 사용하려 했던 것. 올해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서핑리그(WSL) 챔피언에도 올랐던 유력한 메달 후보, 잭 로빈슨은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25일 자신의 SNS에 욱일기 보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를 확인한 한국 서핑 대표팀의 송민 감독이 국내 언론사에 이를 제보했고, 대한체육회가 함께 나서 공식적으로 호주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항의했다. 개막을 하루 앞두고 호주 NOC가 “욱일기 보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면서 다행히 욱일기 보드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마다 빠지지 않고 입방아에 오르는 문제이지만, 비아시아권 선수들은 이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송 감독은 “서구권 서퍼들 가운데 욱일기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임을 모르고 혹은 알고도 디자인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잦다”며 “이에 대해 경각심을 촉구하고 국제서핑협회(ISA)와 전 세계 서핑 커뮤니티에 이를 알려 사용 자제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드 스타 떠오른 태극 사수

 

한국 사격 대표팀의 김예지의 영상이 엑스에서 3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엑스(X·구 트위터) 캡처

 

한국 사격은 파리 무대에서 연이은 메달 퍼레이드와 함께 히트 상품으로 솟아났다. 그 중심에 선 여자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가 한국을 넘어 일약 ’월드 스타’로 도약했다.

 

은메달 획득과 함께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종목에서 세계신기록 42점을 빚을 당시 김예지의 경기 영상이 엑스(X·구 트위터)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 차가운 표정과 절도 있는 사격 자세에서 뿜어져 나온 그의 격발 장면은 31일 기준 조회수 3000만을 넘어섰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댓글을 달면서 김예지를 향한 관심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김예지는 다가올 2일부터 열릴 주 종목 사격 25m 종목에서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과녁에서 사라진 화살…응원이 쏟아졌다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사진=마다예 SNS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에서 1점을 쏜 양궁 선수에게 응원이 쏟아졌다. 30일 양궁 남자 개인 64강전에서 김우진은 이스라엘 마다예(차드)와 상대했다. 김우진의 6-0 압승. 마다예는 2세트에서 1점을 기록했다. 강풍이 분 것도 아닌데 과녁의 흰색 부분을 맞춘 것. 실력이 출중한 각국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2008년부터 양궁을 독학한 마다예는 차드 올림픽 선수단의 주장이자 기수다. 차드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마다예는 장비·코칭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실제로 그는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체스트 가드도 착용하지 않았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참가하는 것도 큰 의미 있다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그에게 응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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