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김우성 심판은 실패 경험을 통해 더 강해졌다

사진=FA photos

2021년 8월 어느 무더운 날 친한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지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심판이 있는데 형이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지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를 듣고 거절할 순 없었다. 

 

지인이 소개한 이는 현재 K리그1 무대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우성 프로 심판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마음과 생각이 단단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주심으로 참여한 K리그1 2경기에서 오심이 발생한 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최선을 다해 판정을 한 상황에서 오심이 발생했기 때문에 심리적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K리그 경기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기가 있으면,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소위원회에서 회의를 통해 정심과 오심을 밝혔었다. 

 

“저는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크게 안 받고 긍정적 성향인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 스포츠 신문 1면에 크게 보도가 됐더라고요.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던 것 같아요.” 얼마 전 비대면(화상) 미팅에서 김 심판이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개인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시기다. 집안에 둘째가 태어난 데다 바쁘게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었다. 충격이 컸다. 말 그대로, 총제적 난국이었다. 당시 필자도 머리가 아팠다. 김 심판의 판정으로 인해 피해를 본 선수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김 심판과 선수에게 말하지 못했다. 조용히 이들을 돕고자 했다.

 

김 심판과 개인 상담은 비대면(화상)으로 진행했다. 첫 상담에서 김 심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지쳐 있는 듯했다. 또 라포 형성이 돼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가 상당히 어색했다. 우선 김 심판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고 공감하는데 집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시기에 솔루션을 제공했다. “지난 일에 얽매이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요.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김 심판도 동의했다. 필자는 다음 것을 준비하기 위해선 먼저 심리적인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심판에게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과 방법을 소개하고 의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과제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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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심판의 정신건강 관리 방법은 특별했다. 가벼운 여행이나 취미 생활 대신 여가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냈다. 김 심판은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이 심리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제 아내는 제가 힘들 때 더 믿어주고 지지해 줬어요. 또 자녀들은 항상 밝은 미소를 보내줬어요.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라고 말했다. 김 심판은 심리적인 회복을 위해 집안 청소도 자주 했다. 청소가 끝난 뒤에는 아내와 티타임을 하며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김 심판의 심리적 회복은 생각보다 빨랐다. 김 심판 곁에 가족이 있었기에, 특히 아내의 역할이 훌륭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김 심판의 심리적 회복이 끝난 후엔 마음과 생각을 다질 수 있도록 방법을 공유했다. 스포츠 수행전략(TOPS), 수행프로파일(IZOF) 검사지를 활용해 현재 김 심판의 심리 상태를 체크했다. 이에 대한 결과를 설명해 줬다. 나아가 스포츠 수행전략과 수행프로파일에 포함된 심리 요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소개했다. 김 심판이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심리기술 전략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 예를 들면 자기암시, 목표 설정, 이미지 활용, 불안 관리, 매크로 루틴, 현재집중, 자신감 관리, 윈 어글리 등이 해당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심리기술 전략을 공유하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김 심판은 달랐다. 노트에 다양한 심리기술 전략을 직접 수기로 작성했다. 이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김 심판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심판에게 꼭 필요한 심리기술 전략은 따로 수업을 진행했다. 멘탈 터프니스, 에너지 수준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멘탈 터프니스는 감정, 생각,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의도적인 행동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전략이다. 이 교육을 진행한 이유는 김 심판이 의도적인 행동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어야 좋은 컨디션과 정신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준은 불안을 관리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전략이며 이를 통해 높은 집중력과 몰입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스포츠 선수의 최고 수행은 대부분 몰입 상태에서 이루어지는데 심판도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김 심판이 경기를 진행할 때 높은 집중력과 몰입 상태를 경험한다면 더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김 심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마음과 생각이 강해졌다. 자신의 역량을 정확한 판정으로 증명했다. 물론 김 심판의 판정이 다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전처럼 자신의 판정에 대해 다시 확신을 갖게 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필자도 K리그1 경기에서 김 심판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볼 수 있게 돼 기분이 매우 좋았다. 3년이 지난 지금 김 심판은 더 강해졌다. 자신만의 멘탈리티를 확실하게 형성했다. ‘무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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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심판의 매크로 루틴은 이렇다. 주중 1일은 재활 센터를 방문해 마사지와 신체 밸런스를 관리한다. 주중 2일은 필라테스를 진행, 유연성과 속 근육을 강화시킨다. 마지막 주중 2일은 트랙과 언덕을 뛴 뒤 헬스를 진행한다. 식사도 루틴이 정해져 있다. 최근 영양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탄수화물을 효과적으로 섭취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엔 랩에 흰밥과 김을 담아서 자주 먹는다고 한다.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낸다.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주말 경기에 심판 배정이 되면 하루 전날 이동하고, 그때부터 심리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김 심판의 매크로 루틴을 보면 자신이 어떻게 시합을 준비해야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느낌이 든다. 

 

김 심판의 멘탈 플랜은 더 재밌다. 심판 대기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긴장 모드로 전환한다. 에너지 수준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또 경기 시작 1시간 전에는 그라운드에 나가서 워밍업을 시작한다. 팀의 지도자와 선수들과 밝게 인사한 뒤 몸을 푸는 데 집중한다. 이때 “우성아 할 수 있다. 더 집중하자.” 등의 긍정적인 자기암시와 성공 이미지를 그리며 마음과 생각을 예열한다. 워밍업이 끝난 후에는 심판 대기실에서 음악을 듣는다. 주로 줄라이의 My Soul,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김 심판이 안정적인 경기를 진행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게 된다. 

 

경기 중에 발휘하는 멘탈 플랜 또한 흥미롭다. 김 심판은 경기 전에 심판(부심 2명, 대기심 1명, VAR 심판 2명, 총 5명)들과의 소통을 통해 경기 중에 헤드셋으로 서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고 제안을 한다. 예를 들면 심판의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빠르면 “빠르다. 좋다.”, 좋은 판정이 나오면 “훌륭합니다.” 후반 중반이 되면 “할 수 있다. 조금 더 집중합시다.”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심판의 동기 수준과 집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안정적인 경기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지도자 및 선수와의 대화 방법도 남다르다.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지도자와 선수를 마주하게 되면 김 심판은 판정에 대한 설명 보다 이들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존중하는데 더 초점을 맞춘다. 감정이 격양된 상태에선 원활한 대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자와 선수의 감정이 진정되면 그때 판정에 대한 설명을 한다. 최대한 친절하고 밝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카드를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카드를 준다. 이러한 과정은 김 심판이 경기 중에 에너지 수준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에너지 수준 관리는 평정심과 감정조절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지도자 및 선수와 원활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김 심판의 사례는 대한민국 스포츠 심판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스포츠 심판도 마음과 생각을 잘 관리하면 좋은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김 심판이 많은 스포츠 심판들에게 귀감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사진=FA photos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저서 ‘멘탈 퍼포먼스’(2024) △K리그 드림어시스트 멘토(2024) △서울특별시핸드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양평군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이사(2024)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K리그 신인선수 교육(2024) △심판아카데미 A코스 심리기술훈련 특강(2024) △충주상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의정부광동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천안제일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경기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노원RFC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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