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없으면 밥 못먹는 당신, ‘위암’ 조심… 초기에 병원 찾으면 ‘치료내시경’ OK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게 국물 요리다. ‘국물이 없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식에서 국물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높다.

 

다만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결합해 위암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육개장 등 한국의 전통적인 국물 요리는 염분 함량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하는 한국 성인의 일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은 2000mg이다. 

 

김치찌개의 경우 400g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약 1962.14mg 수준이다. 된장찌개도 200g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약 1400mg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육개장 1인분(약 500g)의 나트륨 함량은 1500mg 이상으로 추정된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런 영향인지 위암은 대장암과 함께 한국인에게 흔한 암으로 꼽힌다.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매년 약 2만9000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의 경우 위암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병한다. 

 

짠 음식을 찾는 식습관뿐 아니라 위암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들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산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이상원 경산중앙병원 소화기센터장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위암 발생 가능성이 2배 가량 높아진다”며 “짠 음식이나 탄 음식,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의 가공육도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화합물을 생성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경산중앙병원 소화기센터장

이상원 소화기센터장에 따르면 가족력도 중요한 요소다. 그는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적 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식습관 공유 등으로 인해 위암 발생률이 2~3.4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잦은 음주와 흡연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이런 습관이나 요인을 갖고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권고된다.

 

위내시경 검사는 겉으로 볼 수 없는 위 내부 점막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시행된다. 정기검진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위암을 충분히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다. 초기 증상이 없는 위암을 발견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위내시경을 통한 위암 예방 및 조기 발견 효과는 매우 크다. 이상원소화기센터장에 따르면 위암은 1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환자 생존율도 높아진다.

 

이렇다보니 국내서도 4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위내시경이나 대장암 검사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구강을 통해 내시경 장비를 삽입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검사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때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상원 소화기센터장은 “불편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제때 내시경 검사를 받는 습관을 들여야 위장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암을 초기에 발견한 조기위암의 경우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비수술적 위암 치료도 가능하다. 경산중앙병원은 치료내시경 ‘EMR(Endoscopic Mucosal Resection)’과 ‘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를 도입, 초기 위암 치료에 나서고 있다. 

 

EMR은 위 점막층에 국한된 작은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내시경’이다. 병변 하부 점막하층에 액체를 주입해 병변을 부풀리고, 병변을 고리 형태의 기구로 잘라 제거한다. ESD는 크기가 큰 위선종, 조기위암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방법으로 제거할 병변을 점막에서 분리한 다음 내시경 절개도를 이용하여 점막하층을 확인하면서 병변을 박리하여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상원 소화기센터장은 “EMR, ESD 두 시술은 외과적 위 절제 수술과 달리 내시경과 동시에 이뤄지는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 기간이 짧고 위장 기능을 보존할 수 있어 시술 후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력이 없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40대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충분하다”며 “하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많은 경우, 10대 시절부터 위장질환을 자주 앓은 경우라면 더 이른 나이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위내시경 검사 주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주기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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