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과 얼굴에 벌이 날아와도 ‘휴식 수준’의 심박수...김제덕이 보여준 한국 양궁의 무서운 집중력

김제덕이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제덕(맨 오른쪽)이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준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기를 잡은 뒤 이우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김우진-이우석-김제덕으로 이뤄진 남자 양궁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이어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역사를 파리에서도 이어갔다.

 

8강부터 별다른 위기가 없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3번의 경기 동안 슛오프를 단 한 차례도 가지 않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과의 4강에서 발생했다. 세트 점수 3-1로 앞선 채 맞은 3세트, 한국이 36-53으로 추격하던 상황이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제덕이 준비하는 사이 벌 한 마리가 날아와 오른손등에 앉아았다. 활시위를 당길 때도 벌이 날아와 김제덕을 방해했다. 평소보다 조준 시간이 길었지만 개의치 않고 10점을 쐈다.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101번째 금메달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제덕은 “이우석 선수가 슈팅하고 나온 후 제가 사선에 들어갔는데 벌이 있었다. 한 번 쫓아낸 다음에 들어섰는데 벌이 그대로 따라오더라”면서 “입술에 뽀뽀했다고 해야 하나 붙어있었다. 올림픽이라서 활을 내릴 수가 없고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컸다”고 돌아봤다.

 

벌의 때아닌 공격에도 오로지 10점만 생각했다. 김제덕은 “어떻게든 10점 쏘고 싶었다. 그 한 발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쐈는데 10점을 성공시켰다. 잡고 있는 시간도 길었는데 믿음을 가지고 쐈던 것이 좋았다”고 웃었다. 김제덕이 벌의 공격을 잘 이겨낸 덕분에 마지막 주자인 임우진이 10점을 쐈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준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벌이 날아와도 평온함을 유지한 것은 심박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제덕은 분당 70~80회 정도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태를 보여줬다. 분당 심박 수 60~200회는 성인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수준이다.

 

철저한 준비의 결과다. 대한양궁협회는 2019년 9월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박 수 중계 기술을 테스트하자 일찌감치 국내 훈련 환경에 도입했다.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 부서와 함께 센서 착용 없이 영상 카메라로 심박 수 측정을 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2021년 초에는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해 대표팀 훈련에 도입했다. 양궁 대표팀은 심박 수 측정 시스템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훈련을 진행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이 모기업인 프로축구 전북 현대 홈구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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