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탈주’ 이제훈 “언젠가 ‘감독 구교환’과 만나고파” 애정 [스타★톡톡]

배우 이제훈의 작품 보는 눈은 정확했다. 

 

3일 개봉한 영화 ‘탈주’(이종필 감독)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21일 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는 올여름 한국영화 중 최초 200만 관객 돌파 기록이며 지난 4월 개봉한 ‘범죄도시4’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유일하게 200만 관객을 동원한 성적. 덕분에 극장가도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모양새다.

 

이제훈은 “제가 ‘앞으로 이렇게 험난하게 몸을 쓰는 액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연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도망가는 인물이지 않나. 또 연기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된다”면서 특유의 미소를 씨익 짓는다. 

 

이제훈은 규남 역을 맡아 목숨 건 탈주를 시작한다. 숲을 가로지르고 궂은 날씨와 진흙 늪에도 빠지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내달리는 규남의 모습은 긴장 그 자체다.

 

그는 “스스로 건강 관리를 잘하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지구력에 있어서는 운동부를 제외하곤 제가 최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체력을 자신했다. 그런데 마흔을 앞두니 건강에 대한 자신을 하면 안 되겠더라”며 “체력적으로 진짜 어마어마한 도전과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의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촬영을 반복했다. “‘차를 따라잡지 못하면 총에 맞는다’ 생각하고 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달렸다. 그게 규남의 입장이니 몸소 느끼지 않으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역을 안 쓰고 직접 다 움직였다. ‘온전히 내가 다 내가 다 한다’는 일념 하나로 끝까지 버틴 것 같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개봉 5주차를 앞둔 지금.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장면의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제훈은 “마지막 탈주를 앞둔 규남이 앞에 현상이 나타나지 않나. 터널, 그러니까 정말 턱밑까지 쫓아와서 저와 마주한 장면이 생각난다”며 “그때 너무 서글펐다. 여기서 나갈 수 밖에 없는 진심을 내장까지 끄집어내어서 보여준다는 기분이었다”라고 차분히 말한다.

 

그는 “규남이 바닥에 엎드린채 위를 올려다보며 현상의 눈을 보며 이야기 하지 않나. 그때 스스로 발견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이구나.’ 온 마음을 쓴 장면이다. 여태까지 촬영하면서 쌓인 규남의 감정을 폭발했다”라고 밝혀 N차 관람 열풍을 유발한다.

 

규남의 연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현상 역의 구교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엔딩 장면 외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구교환의 애드리브가 그것. 규남과 현상이 함께 군용차를 타고 가던 중 차에서 내린 현상이 물티슈로 비둘기를 만드는 마술을 보여준 장면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나온 구교환의 아이디어였다고. 실제 현장에서 이제훈의 자연스러운 리액션까지 더해져 기발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제훈은 구교환에 대해 “같은 시나리오를 봐도 자유롭게 창작을 하고, 예상을 빗겨가는 배우다. 어떤 것이 글로 쓰여있어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더라. ‘관객들이 이 사람에게 더 빠져들겠다, 더 이상 출구는 없겠구나’ 느꼈다”면서 “이번엔 배우와 배우로 만났는데, 언젠가는 감독 구교환과 배우 이제훈으로 만나고 싶다. 형이 독립 장편 준비하고 있는데, 형이 시켜주면 다 한다고 했다”라고 상대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 갈길 내가 정했습니다”라는 규남의 대사에서 ‘내 삶은 나의 것’이라는 메시지가 진하게 와닿는다.

 

이제훈은 “이 작품의 핵심 대사가 아닐까. 탈북이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각자가 설정한 목표와 꿈에 다가가는 방법과 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 노력은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삶의 믿음이 있다.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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