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서의 파리에서] 파리는 아직 불안합니다

파리 경찰들이 개선문역에서 불시 검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길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무더운 날씨, 낯선 환경, 빈대보다 치안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파리는 소매치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나섰다.

 

26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르헨티나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훈련 도중 귀금속을 도난당했다. 피해 물품은 4만 유로(약 5988만원) 상당의 시계와 1만 유로(약 1500만원) 상당의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아르헨티나 감독이 대놓고 불쾌하다고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호주 사이클 대표팀은 파리로 향하던 중 벨기에 브뤼셀에 들렀다가 차량 침입 절도를 당했다. 차량 유리창을 깨고 안에 있던 지갑과 배낭 등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축구 전설 코임브라 지쿠도 택시를 타던 중 강도 피해를 당했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파리에는 올림픽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모이고 있다. 프랑스 관광청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을 보기 위해 파리에 몰리는 관광객은 1150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불미스러운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매치기 피해 소식도 올라오는 상황이다. 현지인들은 관광객 주변을 서성이는 소매치기범을 따라다니며 ‘픽 포켓(소매치기)’이라고 외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관광객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치안에 나름 많은 신경을 썼다. 경기장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됐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는 매번 짐 검사를 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문제는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다. 환승 통로에 경찰들이 있고 경기장 인근 지하철역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안내를 담당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는 배차 시간이 길고 가지 않는 경기장도 있다. 그렇기에 상당수의 취재진은 지하철, 트램과 같은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에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파리 지하철 일부 역에는 한국어로 “사람이 많은 시간입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라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안내 방송에 가방을 더욱 끌어안게 된다.

 

다행히도 한국 취재진 중에서는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방심은 할 수 없다. 대회를 치르면서 경계가 느슨해질 때를 조심해야 한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숙소까지 태워준 택시기사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오늘도 파리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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