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개회식 ‘최후의 만찬’ 패러디… 조직위 “종교적 불쾌감 줬다면 유감, 톨레랑스 의도”

27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연출된 '최후의 만찬' 패러디 공연이 '드래그퀸'(여장 남자)의 등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올림픽 공식 SNS 캡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은 전례 없는 완전한 야외 세리모니로 펼쳐지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한국을 북한으로 호명하거나 오륜기를 반대로 게양하는 등 어이없는 실수 연발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종교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개회식에 연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 패러디가 문제였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돼 죽음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사도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다빈치의 역작이다. 공연단은 긴 식탁 앞에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주위로 드래그퀸(여장 남자) 공연자들이 모여선 모습으로 패러디를 연출했다. 

 

프랑스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담겼다고 볼 수 있지만, 기독교계는 발끈했다. 여장 남자들을 예수의 사도처럼 묘사함으로써 종교적 감수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었다. 미국의 스타 종교인이자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SNS를 통해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 역겨운 조롱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며 거센 목소리를 냈다.

 

독일 주교회도 “‘퀴어(성소수자) 성찬식’은 최악의 장면이었으며 완전히 불필요했다”며 비판에 동참했다. 개최국인 프랑스 주교회마저도 “불행하게도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조소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우리는 깊은 유감을 느낀다”는 성명을 내놨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7일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바라본 에펠탑 오륜기 조형물에 불이 밝혀져 있다. 사진=뉴시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앤 데상 대변인은 29일 “만약 사람들이 (패러디에 대해)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유감스럽다”며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떤 종교계든 무시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 이 의도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던 파리올림픽 개회식 동영상을 삭제했다. 2012 런던, 2016 리우 올림픽 및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각종 영상이 남아있지만, 유일하게 파리 개회식만 사라졌다. IOC는 이에 대한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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