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서의 파리에서] 저탄소·친환경도 좋지만 기본부터 챙깁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가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답게 개회식부터 달랐다. 사상 최초로 센강 위에서 개회식을 열었다. 선수들은 배를 타고 수상 행진을 벌였고 화려한 개회식 공연이 반겼다.

 

더불어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대 최고의 저탄소·친환경 대회를 지향한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때 화제가 됐던 골판지 침대가 다시 등장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설치를 하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한다. 지구를 위협하는 환경,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고자 한다.

 

의도는 좋다. 그러나 정작 올림픽에서 주목 받아야할 선수들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친환경, 저탄소에 사로잡혀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인해 근육 구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 육류 메뉴도 적다보니 선수들끼리 때 아닌 경쟁이 펼쳐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셔틀버스는 ‘사우나 버스’, ‘찜통 버스’라는 악명이 붙었다. 저탄소 정책을 추진하며 일부 버스에선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창문도 열지 못하게 막았다. 꽉 막힌 버스에 많은 선수가 탈 때는 외부보다 내부의 기온이 더 높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기장과 선수촌을 오가는 사이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개회식에서는 최악의 실수를 범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프랑스어로 대한민국을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 소개했다. 영어로도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가 아닌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 칭했다. 한 나라의 명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장내 아나운서의 개인적인 실수로 밝혀졌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파리 올림픽은 저탄소와 친환경 두 가지 핵심 명제를 들고 많은 변화를 시도했으나 정작 기본을 놓치고 있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선수촌을 벗어나서 생활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도 대한수영연맹, 대한탁구협회에서 가장 먼저 움직였다. 저탄소, 친환경을 무작정 추구하도니 부작용으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파리 올림픽은 많은 기대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이상을 쫓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 선수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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