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씻고 부활한 소크라테스… 달아나는 KIA, 날개 달렸다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묵직한 신뢰, 빛을 발한다.

 

프로야구 KIA의 질주가 뜨겁다. 7월 치른 5번의 시리즈 중 스윕승만 3차례나 기록했다. 지난주 삼성과의 주중 홈 3연전은 우천 취소를 빼고 2승을 챙겨, 루징 시리즈는 SSG 상대 한 번에 그쳤다. 14경기를 치러 무려 12승(2패)을 수확했을 정도. 덕분에 위태롭던 1위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전반기 종료 시점 3.5경기 차였던 2위 LG와의 격차는 안정권이라 볼 수 있는 6.5경기까지 벌어졌다. 

 

호랑이들의 기세, 그 중심에 외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섰다. 올해 93경기 타율 0.302(371타수 112안타), 21홈런 70타점의 성적표를 자랑한다. 23일 현재 팀 타율 0.299로 다른 차원의 타격을 보여주는 KIA의 상승세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중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슬로우 스타트’다. KBO리그 3년 차를 맞은 그는 매년 뒤늦게 시동을 걸어왔다. 데뷔 시즌에도 4월 2할대 타율로 허덕이다가, 5∼6월 타율 0.381의 반전을 선보였다. 지난해도 5월에만 유일하게 월간 타율 3할대를 마크했다.

 

올해도 변함없었다. 오히려 더욱 두드러졌다. 3∼4월 타율 0.270(126타수 34안타), 5월 타율 0.278(97타수 27안타)에 그쳤다. 중심 타선에 배치됐지만, 중요 순간마다 흐름을 끊는 빈도도 잦았다.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등 최고의 국내 타자들을 갖춘 KIA가 우승을 바라보려면 외인 타자 교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다만, KIA 이범호 감독의 신뢰는 굳건했다. 매번 부활해 궤도를 찾았던 소크라테스의 재생력에 승부를 걸었다. 마땅한 자원이 없던 외인 시장 환경, 새 얼굴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리스크도 영향을 끼쳤다.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2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예년보다 늦었지만, 소크라테스는 믿음에 화답하듯 6월부터 반등 신호탄을 쐈다. 월간 타율이 0.329까지 치솟은 것은 물론 출루율까지 0.441로 크게 뛰었다. 볼넷이 급증하면서 눈야구까지 맞아든 결과였다. 이번 달도 상승세가 이어진다. 월간 타율은 0.365로 더 올랐고, 초반 7할대를 맴돌던 월간 OPS(출루율+장타율)도 1.112까지 상승했다.

 

‘잘 치고, 잘 고르는’ 부활 조짐을 알아챈 이 감독의 처방전이 제대로 통했다. 그간의 틀을 깨고 지난 9일 잠실 LG전부터 소크라테스를 리드오프로 과감하게 기용한 것. 적중했다. 그는 제자리를 찾은 듯, 1번 타순에서 타율 0.368(38타수 14안타), 출루율 0.429의 호성적을 썼다. 팀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간 박찬호(249타석), 서건창(79타석), 김도영(40타석), 이창진(25타석) 등이 톱타자 자리를 맡았지만, 마땅한 주인공은 없었다. 소크라테스라는 안정적인 옵션이 추가되면서 타순 운용에도 숨통이 트인다.

 

극악의 부진을 딛고, 커리어하이까지 바라본다. 타율은 2022년의 0.311을 겨냥한다. 홈런은 이미 21개로 개인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의 96타점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가뿐하다. 교체를 걱정하던 타자가 어느새 ‘3할-30홈런-100타점’까지 바라보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

 

KIA 이범호 감독(오른쪽)이 경기 승리 후,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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