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테이너의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 이전만 해도 스포테이너는 주로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나서며 ‘전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역 선수들이 스포츠와 방송을 ‘겸업’하는 사례가 증가세다. 반대로 왕년의 스포츠 스타에서 예능인으로 거듭난 스포테이너들이 다시 본업으로 무게중심을 두기도 한다.
이같은 변화는 방송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주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팬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다방면으로 소통할 수 있다. 방송도 신선해진다.
◆관찰 예능 등장, ‘겸업 가능’ 판 깔았다
스포츠 스타가 본업과 방송 겸업이 가능해진 것은 ‘관찰 예능’의 등장도 한 몫한다.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촬영하다보니 부담이 덜하다.
축구선수 이동국이 처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2015년부터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다둥이 아빠로서의 일상을 보여줬다. 그는 약 10년 전 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며 현역 스포츠 선수도 방송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이동국은 축구 현장 복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 등의 면밀한 요소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는 지난 5월 자신의 에세이를 출간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P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을 받는 한편 테크니컬 디렉터 프로그램도 이수 중”이라고 밝혔다.
배구 선수 김연경도 약 3년 전 MBC ‘나혼자 산다’에 반 고정으로 출연하며 방송 활동에 나선 바 있다. 마찬가지로 김연경의 한국 생활뿐 아니라 외국 생활까지 다채롭게 담아내며 일상을 보여줬다.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호응을 얻었다.
김연경은 당시 방송 출연에 대해 “처음에는 운동선수가 방송에 나가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며 “방송을 통해 평소 모습을 보며 좋아해 주시는 팬들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을 통해 팬들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은 것이다. 당시 현업에서도, 방송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며 대세 아이콘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스포테이너, 방송만? ‘본업’에도 무게중심
방송에서 활약하던 스포테이너들이 다시 현업에 무게중심을 옮기기도 한다. 방송뿐 아니라 ‘본업’도 꾸준히 놓지 않는 것.
예능에서 ‘리치 언니’로 활약하던 한국 골프 여제 박세리는 KBS의 2024 파리올림픽 방송단에 합류해 캐스터로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세리는 “최대한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 현장감을 담아내려고 준비 중”이라며 “올림픽의 무게감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레전드 양준혁도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 활약하며 스포테이너로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싱글 ‘한잔 더 하세’를 발매하며 가수로도 변신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양준혁은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한번 야구선수로서 그라운드에 선다. 그는 일본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에 참여한다. 양준혁은 “한일 양국의 레전드 선수들이 맞붙는 자리에서 한국 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 자체로 아이코닉한 스포테이너 추성훈도 지난 1월 22개월 만에 격투기 복귀전을 가졌다. 그는 ‘원챔피언십 165’ 대회에서 니키 홀즈컨과의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격투기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매미’ 김동현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격투가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했다. 그는 지난해 말 AFC 29 대회에 코치로 참가하며 제자들의 훈련을 도왔다. 아직 은퇴전을 따로 치르지 않은 김동현은 당시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며 복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도 ‘더 존:버텨야 산다 3’ 등 다양한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포테이너로서의 활동은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는 물론 활동 중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시킨다. 다만 현업과 방송을 겸업하는 선수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현업’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스포테이너의 경우 방송과 본업을 놓고 봤을 때 현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에 무게를 두게 된다”며 “은퇴한 선수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현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낼 경우 선수에게 악플 세례가 쏟아진다. 최근에는 선수는 물론 선수 가족과 지인의 SNS에서 인신공격까지 한다. 결과적으로 본업과 연예 활동 둘 다 잘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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