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주교·기독교 신자 모인 ‘샤먼: 귀신전’ 제작진…“무속의 진짜 기능은 치유 아닐까”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제작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민수PD, 박민혁PD, 이동희 콘텐츠사업본부장, 오정요 작가, 허진CP(왼쪽부터). 사진=티빙 제공

 

무속 신앙을 전면에 내세운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기존 방송 문법이 아닌 OTT라는 환경에서 날개를 편 ‘샤먼: 귀신전’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무당과 무속 신앙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제작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오정요 작가·허진CP·박민혁PD·이민수PD가 참석했다.

 

11일 4화까지 공개된 ‘샤먼 : 귀신전’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따라가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에 대해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귀신 현상을 겪는 사람들의 고충과 굿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경조사에 얽히고설킨 귀신담부터 우리가 몰랐던 무속과 샤먼의 세계, 그리고 무당이 되어야만 했던 특별한 운명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렸다.

 
1∼4화에서는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도 호전되지 않아 결국 무당을 찾아가게 된 김수아 씨, 샤먼의 운명을 타고난 모녀의 이야기,이유 없이 화가 나고 귀신이 매일 밤 찾아와 잠 못 이루는 이기쁨 씨 등 사연이 그려져 이제껏 다른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안겼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제작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민수PD, 박민혁PD(왼쪽부터). 사진=티빙 제공


호평에 힘입어 ‘샤먼: 귀신전’은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 중 공개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는지 묻자 허진 CP는 “사실 이렇게까지 예상은 못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현상들을 드라이하게 담아보자고 생각해서 런칭을 하게 된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세게 와서 사실 약간 놀랐다”고 뿌듯해 했다. 


이민수 PD도 “샤머니즘 혹은 무속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저희가 처음에 접근할 때는 특정 대상들한테만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셔서 ‘예상했던 것보다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구나’라는 생각했다”고 감개무량 했다. 

 

팩추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만큼 연출은 최소한으로 했다. 박민혁 PD는 “중간에 들어가 있는 재연 부분만 연출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하면서 최대한 과장하지 말자는 게 우선 목표였다고.


박 PD는 “그림 잘 그리는 콘티 작가님을 섭외해서 실제 사례자를 붙여놓고 ‘이 그림이 맞아요?’ 물어보면서 최대한 흡사하게 그렸다. 철두철미하게 사례자가 본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다. CG들이나 재연하는 것들을 뺀 나머지들은 다 리얼한 상황들이고 저희가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없었다”고 리얼한 다큐멘터리를 자신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제작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허진 CP. 사진=티빙 제공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무당 섭외에도 공을 들였다. 박 PD는 “검증을 엄청 했다. 알게 모르게 무당 분들 뒷조사도 많이 하고 사기 행각을 했는지 알아봤다. 그런 걸 파헤치는 카페들도 있더라”라며 귀신 사례자를 두고도 “혹시라도 사례자가 출연료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지 자기를 알리려고 나오는 건지 조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무당을 족보가 있는 사람, 이제 막 신내림을 받은 사람, 재야의 고수,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으로 나눴다. 특히 상업적인 활동에 치중하는 무당은 철저히 가린 후 배제했다. 무리하게 굿을 진행시켰다거나 돈을 갈취했다는 후기가 나오면 거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검증된 무당은 영화 ‘곡성’과 tvN 드라마 ‘방법’에 자문을 하는 등 다른 콘텐츠에서도 활약을 했던 사람들. 


허진 CP는 “무당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작비를 내겠다는 무당들이 많더라. 제작비를 지원하고 자기를 출연시켜달라고 했다. 본인이 10억이 있으니까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은 무당도 있었다”며 “잘 나가는 무당들은 돈을 정말 많이 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길래 무당들이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지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였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샤먼: 귀신전’은 기존의 지상파 다큐멘터리가 아닌 OTT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획과 연출 면에서 자유로웠다. KBS '인간극장'을 비롯해 EBS '아이의 사생활' 등 2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구성한 오정요 작가는 지상파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와 차이점을 묻자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어법으로 무속을 다룬다면 그걸 하나의 한국 문화의 현상으로만 다룬다”며 “무속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춤과 음악, 의복, 절차를 한국의 의례로 바라본다. 문화유산적 접근만 하는 거다. 현장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면 이성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만 다룬다”고 밝혔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 제작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정요 작가. 사진=티빙 제공


그런데 ‘샤먼: 귀신전’은 정말로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오 작가는 “현장에서 무당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소통을 하는 거를 여기선 아예 대놓고 다룬다. 그건 이성적으로 해석할 수 없지 않나. 기존엔 우리가 일반적이고 관념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일들을 다루지 못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샤먼: 귀신전’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귀신 현상에 더 많은 포커스가 가 있으니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박 PD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한쪽 주장만 하게 되면 방송법에 걸린다. 그런데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순간 스토리는 멀어지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인터뷰를 한 4명의 제작진은 모두 천주교·기독교 신자다. 박 PD는 무속을 두고 “개인화된 종교 같다”라고 지칭했다. 그는 “무속은 그 한 사람만을 위한 미사고 예배고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나 성당에선 ‘오늘의 미사는 누구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하지 않나. 그런데 굿은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한 의식이고 행위다. 위로의 차원으로 보면 어느 정도는 중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PD는 “실제로 신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들기보다는 우리가 섭외했던 출연자분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느냐를 계속 중점적으로 봤다. 대부분 많이 좋아지셨다”며 “치유라는 기능이 무속의 진짜 기능이 아닐까.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진짜 기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에 나온 로렐 켄달 박사님도 ‘서양에 있는 어떠한 종교보다도 훨씬 더 휴머니즘적이고 인간적인 정신 치료라고 볼 수 있다’고 하신다”며 “의학적으로 판단을 내려서 ‘사실은 귀신은 없어’ 하기보다는 우리가 수천 년 동안 가지고 왔던 무속이라는 게 이렇게 기능을 해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로 저는 치유의 효과에 있어서는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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