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금융 시대] 4대 금융 탄소중립 잰걸음

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가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많은 기업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제로)’을 목표로 하는 ‘넷-제로(Net-Zero)’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2015년 파리협정에 서명했다.

 

 금융권 역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동참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ESG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지주는 저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부문별로 금융, 투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관리하면서 ‘책임있는 경영’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탄소배출량은 신한금융이 5605만톤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금융 4665만톤, 하나금융 2378만톤이었다. KB금융은 2022년 기준 4925만톤이었다. 

 

 중요한 건 ‘탄소배출을 얼마나 감축했는가’이다. 이에 앞서 기업의 탄소배출은 측정 범위에 따라 스코프 1·2·3으로 구분되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부배출량’의 기준인 스코프 1·2와 ‘금융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으로 나뉘는데 금융회사는 스코프3으로 분류되는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스코프3 배출량 목표

 KB금융은 기업금융 내 섹터를 대출, 주식, 채권 포트폴리오로 분류하고 포트폴리오별 온도 등급에 따라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대출, 주식, 채권의 각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2040년까지 스코프1·2는 1.75℃, 스코프 1·2·3은 2.0℃ 달성을 목표로 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는 내부배출량 측정을 정교화하고, 금융배출량 측정 대상 자산군을 확대한다는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구성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는 ESG금융 목표를 달성하고, 넷-제로 목표를 재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2030년 글로벌 이익비중 30%, 비은행 이익비중 50% 등 차별적인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을 통한 탄소중립을 목적으로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를 선언했고, 2030년까지 녹색금융 누적 30조원 투자 및 지원을 목표한다. 지난해 녹색금융 실적은 누적 1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녹색금융은 환경, 에너지 등을 위한 전반적인 조달을 의미한다. 

 

 녹색금융의 한 분류인 전환금융은 고탄소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며 금융배출량 감축에 기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환금융에 기반한 기업 대출 성과가 1조3800억원이었고, 녹색채권 투자는 7855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의 온실가스 회계기준에 따라 그룹의 금융자산을 7개 자산군으로 구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변동에 따른 탄소배출량의 변화를 산출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배출량은 250조7000억원으로 측정됐다. 

 

 하나금융은 저탄소 경제체제 이행 촉진이라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녹색 및 지속가능부문에 60조원의 여신, 투자 및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사업장 탄소중립(내부배출량)은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42% 감축을, 포트폴리오(발전·알루미늄· 철강·시멘트·제지·상업용부동산) 탄소중립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2.8% 감축을 목표로 해 2050년까지 100%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2023년 산업별 익스포져 및 금융배출량 분석

 하나금융은 지난해 전체 보유 자산(568조원, 개별정산표 기준)의 54%인 303조9000억원을 대상으로 금융배출량을 산정해 측정 대상 자산의 범위를 2022년 대비 14% 확대했다. 반면, 금융배출량의 증가율은 5% 수준으로, 자산 범위의 증가율 대비 낮은 폭으로 증가해 결과적으로 지난해 탄소집약도는 2022년 대비 8%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기준 탄소배출량은 4665만톤으로 집계됐다. 금융배출량은 기업대출 및 비상장주식 자산군이 4311만톤로 가장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498조원) 중 251조원(50.4%)을 금융배출량 산정자산으로 설정했다. 2030년까지 금융배출량은 2022년 기준 27% 감축하고, 탄소배출량은 42%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현재 탄소공시는 의무화가 아니라 자율공시로 공개하고 있으며, 공시 기준 또한 기업마다 달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의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작성한 국내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포함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ESG 공시도입 시기를 예정보다 1년 늦춰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진 않은 상황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통해 선진국과 규제 격차를 메워야 한다”며 “의무화 범위에는 스코프3을 원칙적으로 포함하고 금융배출량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금융배출량 관리를 통해 일반기업의 감축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고 보충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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