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여름 대표 축제’ 거듭난 워터밤, 선정성 논란 벗고 ‘음악 페스티벌’ 등극하려면

 

워터 뮤직 페스티벌 워터밤은 어느덧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이 축제는 팬데믹을 제외하곤 매년 여름 관객을 만났다. 2019년부터는 전국투어, 지난해부터는 월드투어까지 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워터밤의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화려한 라인업의 스타들. K팝이나 힙합, EDM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대 위 스타들은 시원한 옷차림으로 관객을 향해 물총을 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남성 아티스트들은 웃통을 벗기까지 하고 여성 가수들 또한 비키니 등 과감한 의상을 선보인다. 

 

워터밤 콘텐츠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조회 수를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무대 위 출연진은 자의든 타의든 일정 수준 이상의 노출을 할 수 밖에 없다. 워터밤이 매년 물낭비 논란과 함께 선정성 논란도 함께 벌어지는 이유다. 

 

물론 워터밤은 음주와 함께 축제를 즐기도록 설계된 만 19세 이상의 성인만 입장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한정된 공간의 페스티벌장에서 술을 마시며 노출이 감행되는 무대를 만끽하는 것은 축제 참가자들의 자유이자 권리다. 그런데 워터밤은 연령 제한 축제라는 점이 무색하게 온라인 상에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변모된다. 행사 시작과 동시에 연예인들의 무대 영상이나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 성인만 즐기던 콘텐츠를 온라인에선 미성년자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이 관람 가능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나 TV프로그램은 엄격하게 심의를 받고 홍보에도 제약이 걸린다. 특정 장면을 홍보 영상에 쓸 수 없다거나 청소년보호시간대에만 방영이 가능한 식이다. 청소년을 유해 매체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워터밤 중 여자 연예인이 물에 젖은 채 아슬아슬한 노출 의상을 입고 움직이는 모습은 ‘움짤’ 형태로 온라인 곳곳에 돌아다닌다. 때로는 특정 부위 확대에 느린 배속까지 해서 말이다. 유튜브 직캠 영상의 가장 높은 조회 수는 수천만 회에 달한다.

 

2022년 가수 비비가 워터밤 공연 중 비키니 끈이 풀리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다행히 그가 재빨리 의상을 수습했지만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성인 페스티벌의 아찔한 순간까지도 온라인에선 미성년자를 포함한 이들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워터밤을 통해 어떻게든 대중의 눈도장을 찍는다면 아티스트 본인이나 팬들에게도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권은비는 지난해 워터밤 여신으로 거듭나 각종 러브콜을 받으며 대세로 등극했다. 그러나 최근 그를 향한 선정적인 합성 사진과 음란성 발언 또한 도를 넘어 권은비 측은 악성 게시물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워터밤 여신으로 인기를 끈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부 비상식적인 욕구 불만 누리꾼에 의해 역효과가 난 것이다.

 

워터밤 측은 “허가 받지 않은 미디어 촬영물이 업로드될 시 해당 플랫폼 사이트를 통해 제지될 수 있다”고 사전에 안내할 뿐이다. 워터밤이 직캠 등으로 입소문이 나며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한 만큼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영상 또한 굳이 제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을수록 사회적 책임도 따라온다. 플라스틱 물총 수거 등 나름대로 지속가능한 클린 페스티벌을 고민하는 듯 보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도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단순히 축제 흥행만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는 부작용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워터밤 측은 음악·예능·물놀이를 결합해 뮤직 페스티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한 유명 가수는 워터밤이 음악 페스티벌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 바 있다.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워터밤이 노출이나 선정성보단 ‘뮤직’과 ‘페스티벌’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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