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계속된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다. 홍 감독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까지다. 선임을 주도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동등한 대우를 요청했다”며 국내 지도자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울산은 갑작스러운 사령탑 공백이 생겼다. 2021년부터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2022년 17년 만에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창단 첫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다.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으며 세계적인 클럽들과 경쟁을 펼칠 기회도 생겼다.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울산은 홍 감독 체제에서 K리그1 리딩 클럽으로 거듭났다.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워야 한다. 김광국 대표이사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구단과 협의하는 단계는 거쳤다. ‘한국 축구, K리그의 발전 등 두루두루 생각하면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면서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울산 구단 내 모든 구성원이 홍 감독의 부임 가능성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홍 감독의 결정 공지는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직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던 홍 감독은 이 기술이사의 거듭된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최종 후보 3인과 면접을 진행한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지도자 두 명을 만나고 5일 귀국했다. 그날 오후 11시 홍 감독과 만났고 6일 오전 승낙을 받았다. 이 기술이사는 이후 울산 구단과도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이사는 울산과 K리그 팬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약속을 받았기에 죄송한 마음이 있다. 특히 울산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죄송하다. 저도 울산 HD 축구단을 응원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울산 팬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처용전사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면서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면서 “오늘(8일)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 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고 전했다.
한편, 홍 감독의 정확한 부임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기술이사는 “향후 홍명보 감독님의 거취에 대해선 울산 HD에서 우리 협회에 많은 협조와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줬다. 울산 HD와 협의 후 원하는 계획대로 시기를 결정하겠다. 다만, 울산 HD를 계속 이끌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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