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도 중단…경영난에 문학출판 생태계 급변

월간 문학사상 2024년 4월호 표지

 

이상문학상을 주관해 온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휴간에 이어 신인문학상 시행도 중단했다. 오랜 경영난으로 창간 52년 만에 기약 없는 휴간을 맞게 된 문학사상은 폐간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종합 문예 잡지로는 이제 현대문학만 남게 됐다.

 

문학사상은 누리집 공지에서 “월간 문학사상이 올해 5월호부터 일시 휴간 중인 상황에서 2024년 신인문학상 역시 시행이 어렵게 됐다”며 “지난 1년간 신인문학상 응모를 위해 창작의 불꽃을 지펴오신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1일 밝혔다. 문학의 위상 약화와 출판 환경 변화로 문학출판 생태계가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다. 

 

1972년 창간한 월간 문학사상은 한때 한국 최고 권위를 자랑했던 종합문예지다. 2024년 4월호까지 통권 618호를 발행했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도 창간 2년 뒤 제정해 그동안 신진 작가들의 주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양귀자·윤대녕 등이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고, 성석제·정끝별 등이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1977년부터는 소설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운영했다. 50년 가까이 이어진 이상문학상은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이청준·오정희·최인호·이문열·한강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하는 등 국내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인정받아왔다. 매년 펴내는 수상작품집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누적된 경영난으로 월간 문학사상은 올해 4월호까지 발간한 뒤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문학사상 정기 구독자는 전성기에는 1만명이 훌쩍 넘었지만, 구독자 감소로 최근에는 수백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사상사의 적자도 매월 1억원 이상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휴간과 관련해 “2024년 4월호까지 발행함으로써 나름의 역할을 지켜가고자 했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더 이상의 발간이 어려워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번 휴간에 들어간 이상 재발행이 언제 다시 이뤄질지 기약 없는 상황이다. 계간지 실천문학은 지난해 1년 휴간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재발행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6월에는 이상문학상 주관사도 다산콘텐츠그룹에 넘겼다. 이상문학상의 주관사 변경은 사상 처음이다.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발행·판매는 문학사상사가 맡지만 내년 시행될 제48회부터 다산콘텐츠그룹에서 운영·시행한다.

 

임 대표는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이상문학상은 그동안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생각할 때 시행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더욱 발전적으로 운영할 새로운 시행 주체를 찾게 됐다”고 양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산북스를 통해 더 새롭고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다산콘텐츠그룹 측은 한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의 명맥을 발전적 방향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휴간에 이어 신인문학상도 중단한 상황을 두고 문학사상 측은 “문학과 출판 환경이 급변하면서 월간 문예지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어지고 있어서 다각도로 정상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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