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스텝 줄인 LG 정우영, ‘염갈량’ 합격 목걸이 걸었다… “이제 8·9회에 쓸 수 있어”

LG 사이드암 불펜 정우영이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다시, 영광의 시대를 꿈꾼다

 

프로야구 LG는 2022시즌 다승왕-홀드왕-세이브왕을 동시에 배출하는 특별한 이정표를 세웠다. 2014년 넥센(현 키움)의 밴 헤켄(20승), 한현희(31홀드), 손승락(32세이브) 트리오를 이어 LG의 케이시 켈리(16승), 정우영(35홀드), 고우석(42세이브)이 대기록을 수놓았다.

 

그 안에서 누구보다 탄탄하게 허리를 지탱해준 정우영은 향후 LG 불펜을 이끌어갈 핵심 멤버였다. 2019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193㎝의 남다른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속에 150㎞ 중반을 넘나드는 ‘대포알’ 투심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사이드암 투수다.

 

그해 그가 빚은 35홀드는 LG 최초 30홀드 돌파였다. 또 프랜차이즈 역사상 2007년 류택현(23홀드), 2017년 진해수(24홀드)를 잇는 3번째 홀드왕 업적이었다. 게다가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홀드 부문에서도 2019년 김상수(당시 키움·40홀드), 2015년 안지만(삼성·37홀드)을 잇는 3위에 해당한다.

 

LG 정우영이 마운드에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약점인 긴 슬라이드 스텝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투구 폼 수정 등 변화를 시도하다가 구속 저하, 제구 불안에 허덕이는 긴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60경기 5승6패 11홀드, 평균자책점 4.70(51⅔이닝 27자책점)에 그쳤다. 팀이 29년 만의 통합우승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던 이유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개막 엔트리 승선이 불발됐다. 4월 26일 1군에 등록됐지만, 여전히 긴 슬라이드 스텝은 물론, 지난 겨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여파까지 이어지면서 이내 2군으로 향했다.

 

지난 18일 1군에 재등록됐다. 이번에는 슬라이드 스텝이 염경엽 감독이 주문한 기준 시간 ‘1초30’ 안에 들어왔다는 낭보와 함께였다. 효과가 드러난다. 복귀를 알린 21일 잠실 KT전 1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110홀드를 채운 후,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무엇보다 도루 허용이 없다. 23일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는 2루를 훔치려는 배정대의 도루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여러모로 반가운 신호다.

 

LG 염경엽 감독이 초시계를 들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LG 염경엽 감독은 “다 떠나서 슬라이드 스텝이 1초30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게 크다. 그러면서도 와인드업 수준의 원래 구속도 나온다. 밸런스를 잡았다는 뜻이다. 하니까 되긴 되더라”며 반색했다.

 

“지난해 그것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으니 당연히 고쳐야 했던 부분”이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어 “제구 불안으로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어차피 높은 투수다. 홀드왕 할 때도 주자 깔아놓고 막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야구가 바꼈다. 나가면 다 뛰니까 평균자책점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니 지난해도 선발이 무너지거나 해서 5∼6회밖에 못 썼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하게 극복했기에 할 수 있는 호된 가르침이다. 염 감독은 “이제는 스텝이 되니까 아무 데나 쓸 수 있다. (박)동원이 앉혀놓고 1초30 나오면 어떤 주자도 잡을 수 있다. 야구는 다 초싸움이고 과학인 것”이라며 “8회든, 세이브 상황이든 쓸 수가 있다. 이제부터 제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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