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마라톤은 4060에 '약보다 독'…돌연사 위험 높여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교수

정상 범위 혈압, 운동시 급상승
마라톤 즐기는 중년 56% 해당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 높여
주 3~5회·일 20~60분이 일반적
심장CT 후 건강 상태 고려해야

40대에 이르면 30대에 비해 떨어지는 체력, 피로도를 확연히 느끼게 되는 일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특히 체력관리를 위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운동에 도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달리기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가 자칫 중년의 심장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유의해야 한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영주 성신여대 운동재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은 운동부하고혈압과 관련된 논문 24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IF 3.9)’ 최근호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달리기는 심폐지구력을 증진시켜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40~60세 사이 중장년층의 과도한 달리기는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유발성 고혈압(Exercise-Induced Hypertension)’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 이와 관련 박경민 교수로부터 건강한 달리기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운동유발성 고혈압이란 어떤 증상을 의미하나.

“운동유발성 고혈압은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라도 운동 때면 과도하게 오르는 걸 말한다. 수축기 혈압이 남성의 경우 210㎜Hg, 여성의 경우 190㎜Hg 이상이 기준이다.”

-운동유발성 고혈압을 겪는 사람은 어느 정도 되는지.

“연구팀이 선행 연구를 종합 분석했을 때 연령과 나이, 인종을 망라하면 운동유발성 고혈압 유병률이 3~4%로 높지 않다. 다만 중년 남성으로 국한하면 40%로 10명 중 4명 꼴로 대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절반 이상이 여기에 속했다. 56%가 운동유발성 고혈압에 해당했다. 마라톤을 하는 중년 남성 상당수가 운동유발성고혈압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 신체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운동은 운동유발성고혈압을 일으키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운동유발성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문제는 이런 고혈압이 일으키는 2차 질환이다. 운동유발성고혈압은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한다. 이와 함께 심방확장, 심근비대 등을 유발해 치명적 부정맥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찾은 한 논문에는 같은 중년층에서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일반인은 22.2%이었지만 마라톤과 같은 지속성 운동선수의 경우 44.3%에 달했다. 이로 인한 부정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걷기나 중간 강도의 달리기는 일반 인구의 심장 부정맥 유병률을 떨어뜨린다. 반면 지구력 기반의 운동선수는 심방세동 부정맥 위험이 일반인 보다 5배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10년 이상 일주일 3시간 이상 마라톤과 같은 고강도의 지속성 운동을 하는 경우 심방세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심방세동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이렇다보니 40세에 접어들었다면 마라톤을 즐기기에 앞서 자기 신체 능력부터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오히려 무리한 운동은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신체능력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심장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운동부하검사와 본인의 심장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심장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게 오래, 건강히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달리기 정도가 뭐가 어때서’라고 자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마라톤은 야외 환경에 따라 저체온증이나 열사병, 탈수 등은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마라톤, 장거리 달리기 도전에 앞서 운동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단계적 운동 강도 향상과 지속적인 검진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성인은 하루 20~60분, 일주일에 3~5회, 최대 산소소비량(VO2 Max) 40~80%의 적당한 강도를 추천한다. 마라톤을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CT 검사로 관상동맥석회화가 진행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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