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더랜드’로 또 입덕 부른 수지…“가수 컴백? 무대 그립진 않아, 현재에 최선”

사진=매니지먼트 숲,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걸그룹 센터로 데뷔해 솔로 가수, 이제는 2030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 잡은 수지. 그저 순수하고 밝았던 아이돌 시절을 지나 청순한 ‘국민 첫사랑’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수지는 연차가 쌓여갈수록 그에 걸맞은 성숙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영화 ‘건축학개론’부터 여우주연상을 여러 차례 안겨준 ‘안나’까지.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수지는 영화 ‘원더랜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수지라는 이름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수지가 연기한 정인은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남자친구 태주(박보검)의 공백으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는 인물이다. 

 

수지는 ‘원더랜드’ 세계와 현실 사이, 마음의 균열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 속 느끼는 행복과 혼란, 위로와 그리움의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김태용 감독 또한 “수지 배우의 선명함과 투명함이 정인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극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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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지는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원더랜드’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을 만났다. 2021년 촬영이 끝난 ‘원더랜드’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 일정이 계속 미뤄졌고 결국 약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수지는 “예전엔 제 연기를 보느라 영화 전체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고 나니까 영화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돼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달랐던 것 같다”고 3년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제가 원래 갖고 있는 마인드 자체가 ‘그때 했던 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움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보검과의 연인 호흡은 캐스팅 당시부터 개봉 시점까지 큰 화제를 모았다. 수지와 박보검은 지난 2018년부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MC로 호흡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하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수지와 박보검의 열애를 응원했을 정도.

 

수지는 “작품으로 (박보검을) 봤을 때는 아무래도 태주로 보이다 보니까 연기하면서는 안아주고 싶은 면이 보였다.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구나. 그냥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감정이 많이 담겨 있는 얼굴이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박보검과의 연기 호흡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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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같이 떨림을 나누고 1년에 한 번 보는 반가운 동료였다면 연기할 때는 그 인물로서 보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많이 편했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친해진 것도 있지만 관계성이 친한 연인이기 때문에 좀 더 그렇게 대하려고 했던 것 같고 또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진짜로 조금씩 편해져서 그런 호흡이 영화 속에서도 잘 담긴 것 같다”고 떠올렸다. 

 

수지와 박보검의 투샷은 보기만 해도 달달한 로맨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원더랜드’는 풋풋한 멜로물이 아니다보니 아쉽게도 극중에서는 두 사람의 로맨틱한 케미스트리가 잘 드러나진 않는다. 관객 입장에선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

 

수지 또한 동의하며 “그래서 저희도 ‘그런 부분들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소품 사진 등으로 채워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낼 수 없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잘 전달됐으면 해서 할 수 있는 방법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SNS로 열심히 홍보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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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라는 인물에 가장 이해가 됐던 지점을 묻자 수지는 현실 속 태주가 깨어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태주가 돌아오고 나서 AI 태주한테 전화가 오는데 고민 없이 전화를 끊고 바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그전까지 AI 태주와 엄청난 교감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실제 사람이 돌아오고 나서 기계로 대하는 느낌, 진짜가 아닌 걸 알고 있었던 느낌처럼 받아들여져서 정인이의 마음이 굉장히 공감이 갔다”고 답했다. 

 

하나부터 끝까지 챙겨줘야 하는 현실 속 태주와 의지할 수 있는 AI 태주 중 어떤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수지는 “반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너무 의지만 하면 별로일 것 같고, 또 너무 챙겨주기만 하는 것도 피곤할 것 같다. 내가 챙겨주기도 하고 내가 기댈 수도 있는 관계가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더랜드’만의 메시지를 두고 수지는 “각자가 슬픔을 견디는 시간이 다르고 방식도 다르지 않나.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슬픔을 견디게 해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건데 결국은 정인이처럼 힘들게 되더라도 감당을 할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결국은 각자 걸리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결국 그 슬픔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을 견뎌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게 가장 와닿았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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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원더랜드’ 서비스가 나온다면 신청할 것 같다는 수지는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만약에 그런 사람이 생기면 신청해볼 것 같다”면서 “정인이처럼 힘들게 될 걸 알아서 (신청을) 안 한다고 하는 사람이 많더라. 저는 ‘어떻게든 감당하고 견뎌내겠거니’ 하면서 궁금해서 신청할 것 같다”고 웃었다. 

 

‘원더랜드’ 정인이와 같은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을 묻자 수지는 “저는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은 아닌 것 같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결핍이 있으면 마음이 간다. 외로움이든 혼란스러움이든 마냥 밝은 인물들보다는 갈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가 많이 끌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그런 감정들에 무딘 편이기도 해서 표현하면서 느끼는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감정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 인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서 그런 인물들에 끌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지는 현재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촬영하고 있다.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던 수지와 김우빈이 7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수지는 “너무 반가웠다. 너무 잘 됐다고 생각했고 (김우빈이) 캐릭터와도 너무 잘 어울린다”고 김우빈과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를 두고 “즐겁게 촬영을 하고 있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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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미쓰에이의 센터이자 솔로 가수로도 활약했던 수지는 최근 드라마 OST나 컬래버레이션 음원 등을 제외하곤 가수 활동이 잠잠하다. 가수로서의 계획은 없는지 묻자 수지는 “아직까지는 없다. 무대가 그립지도 않고 저는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도 “(가수 활동은) 항상 생각은 있다. 그런데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생각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있다”고 아직까지 솔로 가수 복귀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쌓은 필모그래피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수지는 “저는 만족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던 작품을 하고 그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렇게 하나하나 해가는 게 좋다. 하루하루 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작품이 끝나져 있고 그것에 대한 뿌듯함은 계속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또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렇게 하나하나 쌓여가는 게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말했다. 

 

과거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드라이브를 자주 했던 수지는 요즘 방 정리를 한다고. 그는 “청소라기보다는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재배치에 가깝다. 제가 힘이 좀 세다. 혼자 다 할 수 있다”며 “엄마 집에 가서 제 용품을 들고 정리를 해주기도 한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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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여행을 안 좋아한다는 수지는 “여행도 가면 가는데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막상 가면 좋은 점을 하나씩 얻어 오긴 한다”며 “가기 전에는 진짜 귀찮고 가야 할 것만 해서 가는 느낌이라면 막상 도착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것 때문에 머리를 띵 맞을 때가 많다. 여행 가서 뭔가를 항상 얻고는 오는데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자주 가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현재 목표가 있는지 묻자 수지는 “매 작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만들어지겠거니’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수지는 “하루하루 잘 촬영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잘 자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게 저의 목표”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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