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그리고 1982년생의 진검승부다.
KBO리그 최고 ‘클로저’ 경쟁이 불타오른다. 시즌 절반을 넘어 가는 시점, 20세이브 고지를 점령한 두 마무리 투수가 레이스 최전선에 섰다. 선두 KIA의 뒷문을 책임지는 정해영(23)과 한국을 대표하는 ‘끝판대장’ 오승환(42)이 주인공이다. 40세이브 페이스로 질주하는 둘의 신구 구원왕 경쟁에 불꽃이 튄다.
◆천천히, 전설을 향해
정해영은 한국 마무리 계보를 이을 재목이다. 광주일고를 나와 2020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의 부름을 받았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해태(KIA의 전신) 포수였던 아버지 정회열 밑에서 자란 정해영, 그가 타이거즈가 간절히 기다린 전문 클로저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데뷔 시즌 두 자릿수 홀드(11개)에 이어 2년 차인 2021시즌 이르게 클로저 중책을 맡았다. 34세이브로 제 옷을 입은 듯 반짝였다. 고우석을 넘어선 역대 최연소 시즌 30세이브, 타이거즈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1998년 임창용) 기록이 쏟아졌다. 2022시즌에는 32세이브로 타이거즈 최초-KBO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 돌파까지 수놓았다.
구위 및 구속 저하로 힘든 2023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부활 찬가를 부른다.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 올려 다시 세이브 행진을 시작했다. 4월에는 통산 100세이브를 쌓아 24년 만에 최연소 기록(만 22세 8개월 1일)을 새로 썼다. 16일 수원 KT전엔 역대 8번째 4시즌 연속 20세이브 돌파까지 빚었다. 시즌 성적표도 30경기 2승1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2.08(30⅓이닝 7자책점)로 화려하다.
이대로 구원왕을 향해 달려간다. 동기부여는 넉넉하다. 숱한 최연소 기록을 쌓아왔지만, 한 번도 세이브 1위와 연을 맺지 못했다. 2021년과 2022년 모두 3위에 그친 아쉬움을 달랠 절호의 기회가 올해다. ‘우승후보’ KIA가 남다른 저력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기에, 세이브 기회는 앞으로도 넉넉할 예정. 1998년 임창용 이후 26년 만의 타이거즈 세이브왕을 조준한다.
◆여전히, 리빙 레전드
높은 벽이 버틴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이자 올해 리그 최고령 선수인 오승환이다. 31경기 1승3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20(32⅔이닝 8자책점)으로 노장의 품격을 뽐낸다. 정해영보다 먼저 4시즌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밟은 그는 이대로 개인 7번째(종전 2006~2008, 2011~2021, 2021) 구원왕을 향해 달려간다.
굵직한 세이브 기록은 모두 그의 몫이다. KBO리그 통산 421세이브로 압도적 1위이자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기록을 보유했다. 2위 손승락(271개)과 150개 차이, 현역 1위 정우람(한화·197개)과도 224개나 벌어졌다. 오랜 시간 무너질 수 없는 왕좌다. 한미일 통산 543세이브도 적립 중이며,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47개)도 홀로 두 번(2006·2011년)이나 일궜다.
아직도 대기록들이 줄지어 기다린다. KBO 최초 4시즌 연속 30세이브 돌파는 시간문제다. 오는 7월19일 이후 세이브 수확 시, 임창용의 최고령 세이브(만42세 3일)를 넘어선다. 2021년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령 시즌 40세이브에도 도전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결과다. ‘돌직구’를 앞세워 타자를 제압하던 젊은 시절은 이제 없다. 하지만 변화구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고, 남다른 관록과 경험으로 9회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떨쳐내는 탄탄한 멘탈을 갖췄다. 19살이나 어린 후배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이유다. 이번에도 오승환에게 포기는 없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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