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층’ 이주영 “‘더 에이트 쇼’ 찍고 특전사 된 기분…제일 사랑하면서도 미운 작품”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천우희·박정민·박해준·문정희·류준열·배성우·이열음까지. 다른 작품의 단독 주인공 캐스팅으로 보일 만큼 혼자서도 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배우들이다.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배우들 틈에서 모델 출신 배우 이주영이 자리했다. 시청자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어느새 벌써 연기 경력 10년 차의 이주영은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의 응원을 끌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기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원작이다. 극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8명 모두 한 공간에 갇혀있다보니 출연 배우 모두가 주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주영이 연기한 캐릭터 2층 춘자는 불의를 보면 화부터 내고 보는 다혈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1층(배성우)이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할 때도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이 대신 뛰어준다. 청소부를 자처하고 나선 1층에게 남들이 배변봉투를 내려보낼 때도 2층만은 그러지 않는다.


10일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주영은 2층과의 싱크로율을 두고 “저도 사람들을 좋아하고 이해를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른 평균적인 사람들에 비해서 수용하려는 범위가 좀 넓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며 “그 범위를 넘어섰을 때에는 저도 참지 않고 가끔 춘자같이 될 때도 있다”고 웃었다. 또한 “약자에 대해 자꾸 마음이 가는 모습도 저랑 닮은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이주영은 “춘자가 처음부터 화를 너무 내는 게 초반에 기선 제압을 하려고 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제가 봤을 때 (2층이) 처음부터 날이 서서 바로 들이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계속 화가 나 있고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 되니까 연기를 할 때도 조금 힘이 들더라. 감독님도 (2층의) 지나가는 듯한 말들도 세게 해달라고 하셔서 압박감은 조금 있었다”고 돌아봤다. 


‘더 에이트 쇼’는 등장인물의 과거를 상세하게 설명하진 않는다. 2층 춘자도 마찬가지. 춘자의 과거 장면에선 그가 택배 일을 하는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이주영은 “춘자는 여자임에도 택배 일을 하면서 무거운 짐들을 나를 수 있는 체력이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춘자가 무거운 짐을 옮기는 장면이 포함됐었다고. 이주영은 “캐릭터들의 전사를 다 촬영 후반에 찍었는데 시간이 없다 보니까 단순한 구조로 가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춘자의 머리색이 나오려면 탈색을 5번 해야 한다. 그런데 저희가 2022년 12월에 촬영이 끝난 후 추가 촬영을 지난해 4월에 했다. 그 사이에 제가 머리가 자라나고 헤어스타일 연결이 또 안 되다보니 결국 촬영을 안 한 장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캐스팅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주영은 “감독님이 미팅을 할 때 말해주셨는데 제 인스타그램을 다 보셨다더라. 피드 맨 밑에 제가 거의 10년 전에 이렇게 탈색을 똑같이 했던 적이 있었다. 그걸 감독님께서 보시고 ‘이 사람이 춘자인가’라는 생각을 하셨다더라”라고 2층의 헤어스타일처럼 탈색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층 춘자를 두고 이주영은 “저는 춘자가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춘자 머리가 아래는 검은색이고 위는 노란색이지 않나. 우연히 했던 건데 그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노동자들의 상징이라고 하더라.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기 때문에 남은 염색약으로 머리를 하다 보니 브릿지 같은 게 탄생했다던데 그게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긴 하지만 저는 약간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이주영은 ‘더 에이트 쇼’ 촬영에 들어가기 전 5개월 간 액션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를 매일 하며 8㎏을 증량했다. 하루에 짧게는 5시간, 길면 7시간까지 했다고. 액션 장면이 있는 박해준도 증량을 하기로 한 상황이라 이주영 또한 밀리지 않아 보이게끔 증량이 필수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주영은 8명의 배우 중에서 탈색과 타투 등 분장으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배우다. 이주영은 “특히 후반에 갈수록 특수 분장을 하려면 1시간 정도 분장에 시간이 더 걸린다. 타투 지우는 약도 냄새가 독하고, 피부가 간지럽고 빨개져서 며칠 동안 고생한 적도 있다”며 “배성우 선배가 마지막에 저처럼 분장을 하고 나서 ‘너는 어떻게 이걸 맨날 했냐’ 하시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불편함이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계속 예민해지고 사람이 날이 서게 된다”며 “저는 항상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라고 웃었다.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2층을 제외하고 작품을 시청하면서 어떤 캐릭터에 가장 공감이 가는지 묻자 그는 7층(박정민)을 꼽았다. 그는 “7층은 딜레마가 있지 않나. 게임을 계속 진행을 시키려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쪽으로 가야 되는데 연민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딜레마 속에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이 많이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더 에이트 쇼가)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면이 있는 한 사람의 머릿속 같기도 하다. 어떤 분은 지구를 보는 것 같다고도 하더라. 왜냐하면 선진국에서 쓰레기를 내려보내니까”라고 또다른 해석을 전했다. 

 

반대로 가장 화가 났던 참가자는 누구였는지 묻자 6층(박해준)을 골랐다. 이주영은 “어떻게 보면 아랫층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면 8층을 제압할 수도 있는데 (6층이) 중간에서 단절을 시켜버린다. 아무리 밑에서 발버둥을 치고 노력을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해도 한계가 있고 자꾸 막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층(류준열)이 수면 고문을 당하는 중 마주하는 환각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을 펼친다. 이중 2층과 4층(이열음)은 서로 키스를 한다. 이열음은 한 인터뷰에서 “특이하고 자극적인 신”이었다며 가장 재밌었던 장면으로 꼽았다. 이주영은 “본 촬영이 끝나고 추가 촬영 때 원테이크로 찍은 거다. 키스신 이전에 저는 (3층) 의자 밑에서부터 나오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카메라 워킹이랑 제가 의자에서 나오는 게 계속 안 맞아서 NG 많이 났다. 의자도 작고 그와중에 저는 1층(배성우)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스트레스 받고 되게 예민해져 있었던 상황이라서 사실 정작 열음이와의 키스신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앞 상황이 너무 강렬했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저는 의자에서 좀 더 기괴하게 나오고 싶었다. 근데 그럴 여력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얻은 것을 묻자 “제가 농담처럼 자주 하는 말인데 이 작품을 하고 나서 특전사가 된 기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더 에이트쇼는) 저를 괴롭게 했지만 강하게 만들어줬다. 저에게 큰 변화를 줬고 고난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걸 느꼈다. 보통은 고난을 피하고 싶어 하지 않나. 그런데 그걸 통과하고 난 다음에는 또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서 저는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진지하게 덧붙였다. 

 

이주영은 “제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작품이다. 저를 고통스럽고 괴롭게 한 작품인데 그만큼 저를 성장시켰다. ‘배우로서 내가 업그레이드 됐구나’ 생각이 많이 든다”며 “예전에는 촬영장 갈 때 놀이터 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찍었다면 이제는 ‘내가 좀 더 어른이 됐구나’ 이런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여러 주연 배우들이 뭉쳤는데도 분위기는 또래 배우끼리 뭉친 것처럼 화목했다. 실제로 공개된 메이킹에서 배우들은 서로 웃음을 참느라 여러 차례가 NG가 날 정도로 촬영 현장은 웃음꽃 그자체였다. 이주영은 “촬영이 너무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치닫다 보니까 서로를 뭔가 안쓰러워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성우 선배님도 ‘여기는 이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우리는 배우들이 다 멀쩡해’ 하시더라”라며 그만큼 배우들 간 돈독했던 분위기를 회상했다. 


게임이 끝난 후 엔딩에서 2층·3층·4층·5층(문정희)은 장례식장에 모인다. 이들은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고 각자의 갈길을 간다. 춘자의 삶은 어떻게 이어질까. 이주영은 “편집이 된 장면이 있다. 반란에 성공하고 나서 제가 3층한테 ‘나도 밖에서는 그렇게 못 살았다. 근데 여기서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고 내가 옳다는 생각하는 걸 하면서 살아봤던 거다. 나도 이제 밖에 나가서 그렇게 살고 싶다’ 하는 대사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춘자도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줬을 것 같기도 하고 브레인은 아니다보니 투자는 못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춘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이주영은 “잘했어”라고 답했다. 그는 “3층이 전기 충격기를 처음 맞고 민망해 할 때 ‘아니야. 남자답게 잘했어’라고 한다. 맨날 ‘잘했어’라고 하는데 그래서 제가 춘자한테 ‘잘했어’라고 그대로 말해주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배우 이주영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10년의 모델 경력을 뒤로 하고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29살의 나이에 데뷔한 이주영은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저도 배려를 많이 하려는 성격이어서 예전에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너무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남들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단순하게 그냥 내 생각만 하면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제가 현장을 어려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서 어린애 같은 순수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제가 긴장을 안 해서 날 것 같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이 그런 걸 좋아해 주시고 신선하게 느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주영은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촬영 중이다.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 배우 김우빈과 수지가 뭉쳐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주영은 수지의 하나뿐인 친구 역할을 맡았다. 그는 “춘자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인간적이고 옆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귀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김은숙 작가님과 이병헌 감독님이라는 굉장히 신선한 조합의 작품이라 저도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그런 신선함을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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