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선 퍼피스프링 대표 “반려견 유치원, 스트레스 푸는 곳…제도 개선 필요해”

퍼피스프링의 반려견들이 낚시놀이를 하고 있다. 퍼피스프링 제공

 퍼피스프링은 2017년 경기도 일산에서 출발한 한국의 1세대 반려견 유치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반려견과 관련된 시설은 애견카페, 동물병원, 애견 훈련소 등이 전부였기에 반려견 전문 유치원은 퍼피스프링이 최초였다. 반려견이 사람처럼 자는 낮잠사진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지만, 거리상 운영이 용이한 부천, 강서에만 가맹점을 두고 있을 정도로 반려견 유치원에 진심이다. 경쟁업체가 늘고 있지만, 확실한 가치관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반려견을 돌보는 정주선 퍼피스프링 대표를 지난 5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정주선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 관련 학과를 나와 반려견 훈련사가 됐지만, 막상 나의 반려견을 믿고 맡길 곳이 없었다”며 “애견 카페에 맡기면 불특정 다수가 반려견을 만질 수 있고 호텔이라면 답답함을 쉽게 느끼기에, 보호자들이 믿고 맡기고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유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정주선 퍼피스프링 대표가 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서진 기자

◆반려견 유치원의 하루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강아지를 위한 애견카페, 애견훈련소도 생겨났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반려견 유치원까지 나타나면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중 단연 퍼피스프링이 눈에 띈다. 반려견 유치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려견 전용 가방, 알림장, 프로필 촬영, 후각놀이 등도 퍼피스프링의 작품이다.

 

 정 대표는 “8시에 등원 시간이 시작되면 보호자들이 직접 오시기도 하고 우리가 운영 중인 셔틀 차량으로 직접 픽업에 가기도 한다”며 “등원을 마치면 후각놀이, 종이컵놀이, 야외활동 등 다양한 놀이를 한 뒤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잔 뒤, 자유시간을 보내고 하원 한다”고 일과를 설명했다.

 

 에너지 넘치는 반려견들에게 칼로리 소모는 중요하다. 뛰어놀고 싶은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 욕구가 충족되면 반려견은 행복감을 느끼며 문제행동이 줄어들고, 체력과 근력을 키우게 되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퍼피스프링은 반려견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가두지 않고 교육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다.

 

 정 대표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며 뇌를 사용하면 뛰어노는 것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기도 하고, 냄새를 맡는 과정에서 선호도를 만들어가기도 한다”며 “후각놀이처럼 아이들의 특성에 맞춘 놀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퍼피스프링이 진행한 겨울캠프에서 강아지들이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있다. 퍼피스프링 제공

◆퍼피스프링이 선도한 반려동물 문화

 퍼피스프링은 1년에 두 번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여름에는 1박2일, 겨울에는 2박3일 수학여행을 떠나 맛있는 것도 먹고 더 넓은 곳을 마음껏 뛰어다닌다. 야외활동은 물론 넓은 풀장에서 수영하고, 영양소 가득한 특식을 먹기도 한다. 겨울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불멍(불을 보면서 멍하게 있는 것)’인 캠프파이어를 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보통의 반려견들에게 ‘산책’이 금기어인 듯이, 우리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에겐 ‘수학여행’이나 ‘캠프’가 금기어”라며 “이 단어를 뱉거나 미리 짐을 싸면 아이들이 알아채고, 밥도 안 먹고 밤부터 현관문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는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웃었다.

 

 이어 “수학여행은 아이들에게도 보호자들에게도 인기가 넘치는 이벤트”라며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가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자유시간을 맞이한다. 일정이 나오면 빠르게 여행 계획부터 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퍼피스프링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시스템이 있다. 보호자들과 소통의 창구가 돼주는 알림장과 반려견의 예쁜 모습을 담은 프로필 사진 촬영이다. 정 대표는 “메신저로도 보호자들과 소통을 하고 등·하원 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매번 아이들의 상태를 전부 말씀드리기에 시간이 부족해서 알림장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프로필 사진은 정말 고성능의 장비로 찍고 있다. 콘셉트도 다양하게 찍다 보니 보호자들이 많이 좋아하시는 편”이라고 전했다.

 

 2018년쯤 반려견들이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나란히 자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화제였다. 정 대표는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라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며 “일찍 오는 아이들은 8시부터 와서 놀기 시작하니까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점심 먹고 낮잠을 자야 자유시간까지 실컷 뛰어놀 수 있어 낮잠시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요에 의해 시작한 낮잠시간이었지만, 사람처럼 비슷하게 자는 모습에 연출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불편한 상황, 낯선 공간, 추운 경우 등 반려견이 불편하면 몸을 웅크리고 자기도 한다”며 “반면 경계심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라면 사람처럼 자는 모습이나 배를 벌러덩 노출하는 편한 자세로 잘 수 있고 신체 구조상에도 문제가 없는 자세”라고 부연했다.

 

 반려견 유치원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유치원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반려견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 대표는 뿌듯함을 느낀다. 정 대표는 “한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왔을 때 무서워서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침을 흘린 적이 있다”며 “너무 소심한 성격이고 단체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라 보호자밖에 몰랐었는데, 이제는 보호자가 일찍 오면 가기 싫어서 뒷문 쪽으로 도망가기도 한다.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퍼피스프링이 진행한 겨울캠프에서 강아지들이 특식을 먹고 있는 모습. 퍼피스프링 제공

◆“반려견 유치원 수 늘고 있지만…제도 개선 필요해”

 반려견 유치원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자격요건이나 확실한 제도가 없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 대표는 “동물위탁관리업 허가를 받으려면 CCTV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고 한 달 동안 보관돼야 하지만, 벌금 혹은 짧은 영업정지의 약한 처벌만 받으니 비양심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가 생겨도 CCTV가 없다며 보여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며 “문제행동이 심한 아이는 사실 받아서는 안 되는데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가리지 않고 받는다.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 등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개인적으로 기회가 되면, 반려견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보고 싶다. 유치원이 대중화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이나 교육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치원은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곳이라는 인식과 같은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아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유치원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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