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안되나요” 1세대 애견유치원 '퍼피스프링' 탐방기

퍼피스프링 반려견 유치원을 다니는 판타가 후각놀이를 하고 있다. 퍼피스프링 제공

 “코코, 집에 안 갈 거야? 아빠는 집에 갈 거야. 코코는 여기 살아.”

 

 닥스훈트가 귀여운 궁둥이를 흔들며 줄행랑을 친다. 이를 지켜보던 보호자는 연신 “집에 가자”고 타이른다. 닥스훈트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호자를 바라보며, 마치 ‘여기서 더 놀다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듯 조른다. 보호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를 번쩍 들어 품에 안으며 문밖을 나선다. 여느 때와 같은 오후의 애견유치원 하원 모습이다.

 

 반려동물인구 1500만 시대, 반려견만을 위한 ‘유치원’이 뜨고 있다. 직장으로 인해 모든 시간을 반려견과 함께 보내기 어렵거나, 매일 뛰놀고 싶어하는 반려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견주들은 반려견 유치원을 애용하고 있다. 그중 반려견 유치원 1세대 ‘퍼피스프링’이 단연 눈에 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펫가구 1500만 시대 : 펫코노미 성장과 우리의 삶’을 주제로 ‘2024 월드펫포럼’을 개최하는 가운데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애견유치원을 직접 찾아가봤다.

 

 퍼피스프링을 방문한 지난 5일 아침부터 선생님들은 분주했다. 보호자가 유치원으로 등원시키는 반려견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직접 동네로 찾아가는 셔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퍼피스프링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셔틀 차량은 승차감이 좋은 고가의 고급 차량인 데다 자리마다 카시트가 있어 반려견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효율성을 핑계로 트렁크나 뒷좌석에 가득 쌓인 캔넬에 탑승시켜, 멀미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타 셔틀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었다. 최소한의 반려견을 태우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퍼피스프링의 설명이다.

퍼피스프링이 진행한 야외활동에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다. 퍼피스프링 제공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반려견들이 등원을 마치면, 유치원에서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오후 1시 전까지 반려견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시간이 이어지는데 ▲후각놀이 ▲공놀이 ▲인형놀이 ▲낚시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날은 후각 놀이가 진행됐다. 퍼피스프링이 직접 개발한 후각놀이는 유리병에 다양한 음식을 넣어 반려견들이 냄새를 맡으며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준비된 음식을 반려견이 먹지 않아도, 후각으로 접하면서 아는 냄새인지 구별하는 등 스스로 분석하며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퍼피스프링은 설명했다. 이날 만난 반려견 중 후각놀이 1등은 ‘판타’다. 판타는 유리병 앞에서 하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냄새를 맡았고, 치킨 너깃 앞에선 익숙한 냄새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오후 1시부터는 점심시간이라 보호자들이 싸준 도시락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다. 오후 2시부터는 퍼피스프링이 유명해진 계기인 ‘낮잠시간’이 시작된다. 약 6년 전쯤 강아지들이 이불을 덮고 베개를 베고 자는 귀여운 모습을 본 적 있는가. 그 주인공이 바로 퍼피스프링 유치원생들이다. 사람처럼 잠자는 모습에 누군가는 ‘불편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애견훈련사 자격증이 있는 정주선 퍼피스프링 대표는 “오히려 편안하게 자는 모습”이라고 답했다. 웅크리지 않고 벌러덩 누워서 자거나, 사람처럼 자는 모습은 해당 공간에서 편안함과 신뢰감을 느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본 반려견들은 사람도 잠이 올 만한 은은한 조명과 차분한 클래식 음악 속에 쿨쿨 낮잠을 잤다. 

퍼피스프링의 낮잠시간에 강아지들이 자고 있다. 퍼피스프링 제공

 낮잠 시간이 끝나고 강아지들은 뛰어놀거나 좋아하는 친구 냄새를 맡으며 잠깐의 자유시간을 보냈다. 선생님들은 깜찍한 노랑 가방 속에서 알림장을 꺼내 쓰기 시작했다. 알림장에는 기분이 어땠는지, 식사는 잘했는지, 배변은 몇 회 했는지 등의 내용이 사진과 함께 담겼다. 오후 4시쯤 알림장을 가방에 넣자 보호자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이때 한 강아지의 행동이 눈에 띄었다. 보호자가 오니 오히려 짖기 시작한 것이다. 안보람 퍼피스프링 원장은 “종종 저렇게 짖는데, 유치원에서 떠나야 하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코코의 보호자 조 모씨는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주 짖어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며 “유치원이 정말 재밌었구나 싶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반려견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코코처럼 가기 싫다며 화를 내기도 했고,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보호자의 품에 폭 안겨 조용히 돌아가기도 했다. 에너지를 다 써야 행복한 하루가 되는 강아지들에게 퍼피스프링에서의 하루는 완벽했다. 사람도 다니고 싶을 정도로 부러웠으니 말이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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