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 말고 '황촌마을' 어때?…경주의 '찐' 매력에 빠지다

경주 '황오동' 감성여행

'여행가는 달' 체류여행 상품 선봬
'성동시장', 경주 유일 새벽시장
저렴한 한식뷔페와 피문어 인기
막걸리 체험·로컬푸드 카페 등도
첨성대 등 유명 관광지와도 근접
금산조 연주와 왕릉 보며 명상
마을기업서 운영하는 호텔 8곳
'황오여관' 등서 한옥 감성 만끽

“황촌(황오동의 옛 이름)은 경주에 오래 사신 분들에게조차 낯선 동네로 여겨져요.”

어딜 둘러봐도 운치 있는 왕릉 뷰, 수학여행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불국사, 보문단지와 황리단길. 천년 고도 ‘경주’ 하면 생각나는 여행지들이다.

관광객이 동궁과 월지 야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새로운 경주의 매력을 찾아보고 싶다면 ‘황오동’으로 향해보자. 과거 신라 왕실과 가까워 황촌(皇村)으로 불리기도 했다. 근대까지 교통·행정·상업의 중심지였다.

황오동은 현대화를 거치면서 쇠퇴를 겪었지만, 경주시는 이곳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마을의 아름다움을 다시 알리는 ‘관광형 도심재생사업(행복황촌)’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먹을거리, 놀거리, 멋진 스위트룸까지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힘을 보탠다. ‘6월 여행가는 달’을 맞아 3박4일짜리 여행상품 ‘경주 황촌 체류여행’을 선보인다. 오는 13일과 20일 총 두 차례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경주에서는 마을여행사 ‘경주두가'가 이끄는 황오동 도보투어가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와 관련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최근 경주를 찾았다. 여행가는 달 대국민 캠페인 시작과 함께 이곳 관광 서비스 현장을 둘러봤다.

 

장미란 차관은 1박 2일간 체류여행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곳곳을 돌아봤다. 그는 “관광객들이 지역 곳곳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좋은 에너지를 얻고 가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뭐 먹을까: 팥빵만? ‘성동시장 한식뷔페’ 풍성하네

황촌 체류여행의 콘셉트는 마을 속 레트로를 그대로 즐기는 것.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가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조명된 옛 경주역사를 거니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다. 옛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덧 점심 무렵이다. 경주의 먹거리 하면 보통 십원빵, 다양한 팥빵, 계란김밥 등 간식류를 떠올린다. 하지만 황오동에 왔다면 성동시장을 찾자. 푸짐한 한상을 즐길 수 있다.

성동시장은 1971년 정식 개장한 상설시장이다. 경주에서 유일하게 새벽시장이 열리는데, 인근 지역에서 알아주는 제수시장이다.

성동시장. 사진=정희원 기자

이날 동행한 박선영 황오동 마을 해설사는 이곳에서 먹어볼 음식으로 ▲상어 돔배기(머릿고기) ▲물가자미 회(미주구리회) ▲피문어(대문어) 등을 꼽는다. 이곳 피문어는 돌문어와 달리 육질이 연하고 풍미가 좋아 돌문어보다 조금 비싸다.

경주 제사상에 꼭 올라갔던 음식이기도 하다. 박 해설사는 “경주는 유교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제사상과 상례를 그야말로 거하게 차린다”고 했다.

이들 음식을 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성동시장 ‘한식뷔페촌’이다. 뷔페촌에 옹기종기 모인 10여 곳의 식당이 기다린다. 각각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수십개의 반찬, 밥, 국이 나오는데 모두 ‘무한리필’이다.

장미란 차관이 성동시장의 명물 한식뷔페를 찾았다. 문체부

가격은 1인당 8000원, ‘요즘 물가에 이런 가격이라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번에 찾은 양포문어식당에서도 맛있는 반찬이 기다린다. 장미란 차관도 “푸짐하고 맛있게 한끼”라고 엄지를 치켜들기도.

경주에서 꼭 먹어야 하는 반찬은 단연 ‘콩잎’. 경주에선 여름이면 푸른 콩잎을 물김치로, 가을엔 단풍 든 노란 콩잎을 취향에 따라 간장, 된장 등 장아찌로 담가 먹는다. 다시마를 멸치액젓에 싸서 먹는 것도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반찬이다.

피문어를 손질하는 모습. 사진=정희원 기자

한식 뷔페와 함께 야들야들 쫄깃하게 삶은 피문어도 함께 먹고 싶다면 ‘양포문어식당’을 찾으면 된다. 문어 숙회집으로 인기를 얻던 곳이다. 이곳 이태정 대표는 “손님들이 앉아서 먹고 싶다는 요청에 한식뷔페집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경주식회사에서 막걸리 체험 클래스가 한창이다. 사진=정희원 기자

◆뭐 할까: 막걸리 빚고 왕릉 앞에서 명상하고

도시 재생사업에서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청년들이다. 이들은 도시의 옛 모습과 힙한 요즘 감성을 녹여 새로운 문화공간과 동네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번 투어에서 장미란 차관과 ‘경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양조장을 찾았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지고 약 20년 동안 방치된 1층짜리 건물이 멋지고 힙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앳된 얼굴의 25살 김민영 대표가 지역 특산물을 녹여 다양한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회사 이름은 한자로 놀랄 경(驚), 술 주(酒), 밥 식(食). ‘깜짝 놀랄 만한 술과 음식’이라는 의미다.

장미란 차관이 김민영 경주식회사 대표(사진 오른쪽)의 도움말로 막걸리 빚기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장미란 차관이 막걸리 빚기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김민영 대표 자신도 경주에서 나고 자랐다고.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힘든 시간을 겪으며 몸에 잘 받는 막걸리로 마음을 달래다가 알코올 중독 직전까지 갔다”며 “이왕 좋아하는 막걸리, 직접 만들어 보자”며 양조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2년 전 경주식회사를 차렸다.

대표 제품은 ▲분홍빛 고운 색을 띠는 부드러운 스파클링 막걸리 ‘체리 8도’ ▲경주 특산물이자 육지에서만 나는 ‘신라봉’ 과육을 활용해 빚은 상큼한 ‘신라봉 6도’ 등이다. 막걸리 병을 담아주는 친환경 소재 가방은 어깨에 멜 수 있는데 디자인부터 감각적이다.

김 대표는 ‘우리동네 막믈리에’와 ‘막걸리 빚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막믈리에는 김민영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여섯 종류의 막걸리를 음미하고, 내가 마신 막걸리가 어떤 제품인지 알아나간다.

 

첫 클래스에서 정답을 너무 잘 맞춘 장미란 차관과 장 차관의 독주를 애써 못본척 하려는 젊은 대표가 웃음을 자아낸다. 장미란 차관은 “대표님이 잘 설명해준 덕분에 막걸리의 매력을 알아가게 됐다”고 이야기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밖에 경주 로컬 농산물로 만드는 브런치 카페 ‘오늘을담다’, 쌀빵 베이커리 ‘경미양과’, 레트로 감성의 복합문화공간 ‘경주다방’, 퓨전 디저트 떡공방 ‘여기어떡’ 등 청년창업점포들이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받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왕릉에서의 힐링테라피.

◆아침, 밤 매력 다른 경주: 신라의 달밤, 아침엔 만파식적 명상

6월 여행가는 달 ‘경주 황촌 체류여행’에 참여하면 이처럼 수많은 체험과 몰랐던 동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굽이굽이 골목길 사이의 아기자기한 집과 마을풍경이 소박하고 정겹다.

황오동의 마스코트 상추가 가족과 함께 집앞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동네 마스코트인 시츄 강아지 ‘상추’의 환대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황오동은 첨성대,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 잘 알려진 관광지와 걸어서 20분,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여행 거점으로 삼기에도 좋다.

야간 관광도 빠뜨리지 말자. 한낮에는 볼 수 없던 ‘신라의 달밤’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야간관광지가 경주 동궁과 월지, 첨성대다. 동궁과 월지는 국내외 관광객 방문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 관광의 별’ 최고 영예인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됐다. 저녁무렵의 야간관광을 즐기려는 커플, 수학여행을 하러 온 어린이 등으로 북적인다.

장미란 차관이 경주 동궁과 월지를 찾자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이 모두 알아보며 반가워 하고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장미란 차관이 경주 황촌 체류여행 중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고 쑥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경주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경주두가가 운영하는 ‘힐링 명상 테라피’다. 황오동 인근의 대형 고분인 금관총을 바라보며 스트레칭하며 몸을 깨우고 명상한다.

특히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게 금산조 연주와 이어지는 명상이다. 만파식적보존회에 속한 대금 연주자가 직접 대금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만파식적은 고전에 전하는 신라의 신적으로 왕이 이 피리를 부니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프로그램을 이끈 박은희 마을여행사 협동조합 경주두가 이사는 “이 힐링 테라피는 경주에 가장 특색있는 경험이자, 자랑거리”라고 소개했다.

동궁과 월지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연인들. 사진=정희원 기자

◆어디서 잘까: 황오동의 ‘스위트룸’ 어디?

‘경주 여행’ 하면 한옥 감성을 떠올린다. 한옥에서 숙박하며 마음껏 감성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역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 ‘행복황촌’에서 운영하는 마을호텔을 이용하자. 현재 총 8개 숙소가 운영 중이다.

이날 ‘황오연가’와 ‘황오여관’을 찾았다. 황오연가는 1934년 경주역 역무원들의 관사로 지어졌다. 이후 1965년 당시 철도청 공무원이었던 김용도 어르신이 정부 공매로 집을 얻어 2017년까지 살았다.

 

현재 소유주이자 호텔 운영자인 부부는 “좋은 기운이 가득한 이 공간을 호텔로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공간 중 하나는 바로 객실 내 ‘오락실’.

황오연가. 사진=정희원 기자

황오여관은 ‘황오동의 스위트룸’으로 불린다. 1929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관사가 멋진 숙소로 변신했다. 가족의 보금자리가 여행객들의 안식처로 탈바꿈했다. 그야말로 나만 알고 싶은 간이다.

이곳 이정진 대표 부부는 화려한 사진에 비해 실망스러운 펜션과 호텔을 보며 ‘감동적인 장소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3년여간의 콘셉트, 인테리어 구상 끝에 지금의 황오여관을 열었다. 수영장,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는 마당, 어린 시절 읽던 만화책이 가득한 다락방, 멋진 음향 시스템 등으로 풍성한 휴식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황오여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 예상을 뛰어넘는 만족감과 행복감, 그래서 조금 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 되는 황오여관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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