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심장판막질환'…"적기 치료 중요"

2023년 유병률 17.03%로 상승세
고령·동반질환은 수술 심적 부담 커
신속 거치형 등 치환 수술 고려

# 74세 남성 박정권 씨는 몇 달 전부터 평소 일상생활을 하며 가끔 가슴이 답답한 가벼운 증상을 느꼈다. 특히 가벼운 달리기를 할 때면 예전과 달리 약간의 가슴 통증이 느껴지고, 숨이 차는 증상도 반복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박 씨는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예후가 좋지 않은 ‘중등도 심장 대동맥판막 협착’으로 진단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하지만 박 씨는 나이가 있어 수술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박충규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고령화와 함께 성인성 심장판막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인구 중 성인성 심장판막 질환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상승했다. 특히 대동맥판막협착증이 가장 흔한 유형으로, 유럽에서는 63%, 한국에서는 43%를 차지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판막이 손상돼 혈액이 심실에서 대혈관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박충규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 질환 중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 내 압력이나 용적이 과부하 되거나 심장근육이 커지는 비후성 심근증·섬유화되는 심근 섬유증·흉터가 생기는 심근 반흔형성 등을 초래해 심장 기능이 저하되게 만든다. 이밖에 심장 확장, 심부전, 급성 심장 돌연사 등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심장판막이 나이가 들면 칼슘이 쌓여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제 기능을 못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65세 이상 이거나 고혈압, 류마티스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의 약 30%가 대동맥판막 경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 박 교수는 “중증으로 좁아져 있거나 증상이 있는 경우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으로 인해 개흉 수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심장판막 질환 환자는 보존적 치료만 받다가 최적의 수술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나중에 수술받더라도 장기생존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생존율의 향상과 보존을 위해 심장 손상 정도를 평가해 적기에 수술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충규 교수는 “협착 정도가 중등도 미만이라면 대부분 증상이 없으며, 중등도나 중증으로 좁아져 있어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흉통, 어지러움, 실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예후는 급격하게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수술받지 않을 경우 2~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급사의 위험성이 높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충규 교수는 특히 좌측 심장 기능이 손상되기 전 수술받아야 장기생존율이 보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수술 환자 중 약 15%가 고령 환자다. 이들은 다른 심장 수술이 필요하거나, 대동맥이나 판막이 석회화되었거나, 심장과 다른 장기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수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체외 심폐 순환 시간을 단축하는 신속 거치형 또는 무봉합 방식의 대동맥판막 치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박 교수는 “고령일수록 대동맥판막 협착증 유병률이 높아 수술적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 심장 수술 고위험 환자일 경우에는 수술이 아닌 시술적 치료로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R)’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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