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해고 철퇴’ 말도, 탈도 많은 ABS… 완전한 정착을 향한 몸부림

이민호 심판이 2016 KBO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연적 한계일까, 거쳐갈 성장통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 경기 중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심판위원 3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고 전하며 해당 심판들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심판조 조장이었던 이민호 심판위원은 계약해지 징계가 내려졌다. 주심을 맡았던 문승훈 심판은 KBO 규정이 정한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받는다. “정직이 종료되면 추가 인사 조치 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추평호 심판위원도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받게 된다. KBO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위 징계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내려진 ‘철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KBO리그 심판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깨뜨리는 치명적인 오점이었기 때문이다.

 

문승훈 주심의 오심이 나온 논란의 장면. 사진=티빙 하이라이트 캡처

 

해당 경기 3회말, 선발 투수 이재학과 삼성 이재현이 마주친 타석. 이재학의 2구째 공이 볼 판정을 받았다. 1루 주자 김지찬의 도루에 대한 비디오 판독까지 진행되며 다소 혼란스러웠던 상황이다. 세이프 결과를 남기고 타석은 계속 진행됐고, 3B1S에서 5구째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갑작스레 NC 강인권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더그아웃에 배치된 ABS 태블릿에 앞선 2구가 스트라이크로 찍혔는데 볼로 선언됐다는 어필이었다. 풀카운트가 아닌 삼진이라는 항의였다. 다만 이는 어필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는 항의에 따른 4심합의 판정에서 중계방송을 타고 건너온 심판진의 토의 내용이었다.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는 이민호 심판 조장의 말에 리그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어폰을 통해 전해진 판정 음성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을 기계 오류로 넘기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었다. 판정 조작 논란에 휩싸인 까닭이었다. KBO리그 최초 리그 도중 심판 해고라는 부끄러운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왼쪽부터 KBO 추평호 심판, 문승훈 심판, 이민호 심판이 삼성 박진만 감독, 이병규 수석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이번 사태는 철저한 심판진의 미스다. 실제 기계 결함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ABS라는 시스템 자체를 향한 현장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기름을 붓는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체감상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 ‘애초에 존 설정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스템 외적인 사고까지 얹어지면서 로봇심판의 1군 도입이 너무 조급한 시도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야구계의 혁신인 만큼 예상됐던 잡음인 건 맞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흔드는 심판진의 어이없는 ‘실책’까지 더해지면서 예상 범주를 뛰어넘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이를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KBO가 엎질러진 물이라도 닦아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KBO는 이번 ABS 판정음 수신 실패 사례와 관련한 해결책으로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했다”며 “또한 양팀 더그아웃에서도 동일하게 판정음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23일까지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 완료할 계획이다. 또 시각적으로 ABS 판정을 더그아웃과 선수단, 관중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 불만들과 쇄도하는 문의에도 KBO는 일단 ABS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구장마다 다른 존 문제나 선수 신장 측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상이 없음을 공표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얻게 된 장점을 누리고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자 필연적인 과정이다. 로봇 심판도 그렇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동반되는 문제들을 잘 관리하고 대처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결국 데이터를 입력하고 해석하는 ‘누군가’의 눈과 손과 귀가 있다. 올바른 혁신을 위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한 까닭이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KBO가 발표한 ABS 운영 현황 Q&A 설명자료

 

Q. 전 구장에서 ABS 판정 존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ABS가 판단하는 S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 확대 적용한 총 47.18cm로, 중간면에서 판정된다.

 

홈플레이트에 설정된 해당 기준은 전 구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는 메모리 폼을 활용한 실제 투구와 ABS 판정의 정확한 비교를 위한 테스트를 전 구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 중이다. 해당 테스트가 완료되면, 상세 비교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Q. ABS 스트라이크존 설정의 기준과 과정은?

 

ABS S존은 야구 규칙상의 존과 기존 심판의 평균 존 모두를 최대한 가깝게 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는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였다. 10개 구단 감독의 간담회를 통해 설정 의견을 반영했고 각 팀의 의견을 모아 참여한 10개 구단 단장의 실행위원회 논의로 최종 확정됐다.

 

Q 투구 추적 성공률은?

 

ABS는 설정된 존을 통과한 공에 대해 100%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있으며, 설정 존을 통과하지 못한 공은 100% 볼로 판정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토) 개막 이후 4.18(목)까지 총 109경기에서 3만 4,198개의 투구 중 3만 4,187개의 투구 추적에 성공, 99.9%의 투구 추적 성공률을 보였다.

 

투구 추적 실패 사례는 11건으로, 이물질이 투구 직후 트래킹 카메라의 추적 영역에 침범한 경우이다. 추적 실패 최소화를 위하여 현장에 배치된 ABS 운영 요원은 매 경기 개시 4시간 전 테스트를 진행하여 시스템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점검하고 있다.

 

Q.이물질이 트래킹 카메라에 침범하는 현상에 대한 대비는?

 

KBO는 향후 장마철 급격한 날씨 변화, 이물질 난입 등의 예상되는 트래킹 추적 방해 요소들에 대비하여, 운영사와 함께 곤충 방제 등 추적 실패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할 방침이다.

 

Q. 선수의 신장 측정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KBO는 선수별 S존 상하 기준 설정을 위하여 디지털 신장계를 이용해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각 구단 선수단의 신장을 측정하였으며, 새롭게 KBO 리그 엔트리에 등록되어 신장 정보가 없는 선수들의 경우 경기에 앞서 경기장에서 신장을 측정한 후 시스템에 입력하여 경기에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신장계는 9개 구장에 설치를 완료했다.

 

Q. 심판의 ABS 수신 실패에 대한 대비책은?

 

KBO는 최근 문제된 심판의 판정음 수신 실패 사례 관련, ABS 운영 개선을 위해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였다. 또한 양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하게 판정음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4월 23일(화) 까지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시각적으로 ABS 판정을 덕아웃과 선수단, 관중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며 지속적으로 ABS 운영에 대한 검토와 의견을 수렴하며 개선할 계획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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