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수법…오타니는 명백한 피해자였다

사진=뉴시스

오타니는 명백한 피해자였다.

 

미즈하라 잇페이의 범행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 채무를 갚기 위해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450만 달러(약 62억 원)로 알려졌지만, 1600만 달러(약 219억 원) 이상인 것 밝혀졌다. 현재 미국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12일 AP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 이상을 훔쳤으며, 이를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즈하라의 범행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서울시리즈 1차전이 종료된 직후. 미즈하라는 다저스 선수단 앞에서 자신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털어놨다. 처음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 450만 달러를 갚아줬다고 발언했다. 오타니에게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던 배경이다. 오타니는 미국으로 돌아가 “야구뿐 아니라 다른 어떤 종목에도 돈을 걸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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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다. 중독자였다. 올해 1월까지 26개월간 1만9000건에 달하는 배팅을 했다. 하루 평균 베팅 횟수는 25건 정도였으며, 건당 10달러 소액부터 16만 달러까지 액수도 다양했다. 상당한 돈을 잃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했다. 마권업자에게 신용 한도를 늘려달라고 하는 등 오히려 더 빠져 들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이 커졌다. 마권업자로부터 협박받는 일이 늘어났다. 결국 오타니의 돈에까지 손을 댔다.

 

수법이 대담하다.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애리조나주의 한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도왔다. 오타니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받은 급여를 이 계좌에 넣었다. 은행 기록에 따르면 오타니 계좌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미즈하라의 것이었다. 이메일 역시 미즈하라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것과 같았다. 2022년 2월 2일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오타니 행세를 하며 “자동차 대출 때문에 돈을 송금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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