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기억들을 계속 만들어가야죠.”
화려하진 않아도 우완 투수 김서현(한화)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화에 입단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시속 155㎞가 넘는 빠른 공을 구사했다. 2022년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선 무려 164㎞짜리 강속구를 꽂아 넣기도 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데뷔 첫 해 20경기에서 22⅓이닝을 소화하며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자신의 것을 찾고자 했다. 박승민 투수코치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투구 폼을 고정하는 등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노력의 성과가 드러나는 것일까. 올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다. 개막전 엔트리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10일까지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갔다. 피안타율 0.125에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도 0.86으로 준수하다. 삼진은 적지만 맞춰 잡는 피칭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이제 프로 2년차.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중이다.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에 필승조 임무까지 맡기긴 어렵지만 조금씩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김서현과 관련해 “갑자기 타이트한 상황에 넣을 순 없다.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넘어간 경기보다는 어느 정도 (점수 차가) 유지되는 상황에 올리려 한다. 필승조 자원들이 연투 등으로 나서기 어려울 때에도 부를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김서현은 앞으로 팀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할 카드다. 최 감독은 보다 멀리 바라본다. 현 시점에선 욕심을 내기보다는, 승리 체험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최 감독은 “선수별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바로 불구덩이에 넣어도 괜찮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한 이가 있다”면서 “(김)서현이는 후자에 가깝다. 더욱이 지난 시즌 힘든 시간을 겪었지 않나. (강약을) 조절하면서 기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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