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딛고!’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고양시청)이 또 한 번 새 이정표를 작성했다. 10일 태국 푸켓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87㎏+)에서 인상 130㎏과 용상 166㎏, 합계 296㎏을 들어 올렸다. 출전 선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 여자 역도 신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박혜정은 지난해 5월 진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기준 기록와 같은 무게인 합계 295㎏(인상 127㎏, 용상 168㎏)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1㎏ 높이는 데 성공했다.
IWF는 2018년 11월 진행된 세계역도선수권대회부터 새로운 체급 체계와 함께 세계기준기록을 발표했다. 대한역도연맹 역시 이에 따라 한국기준 기록표를 만들었다. 한국 여자 87㎏ 이상급의 경우 합계 기록을 295㎏로 정했다. 앞서 여자 최중량급 기준이 75㎏ 이상일 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가지고 있는 326㎏이 한국 기록이었다. 체급 체계가 바뀌면서 한국 여자 역도 최중량급 기록은 박혜정이 보유하게 됐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을 산정하는 마지막 무대였다. 박혜정은 체급당 국가별 1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과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했던 박혜정은 이로써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힘겨운 발걸음 끝에 거둔 성과다. 박혜정은 얼마 전 모친상을 당했다. 대회 일주일 전 지병을 앓고 계셨던 어머니가 끝내 눈을 감았다. 박혜정을 조용히 발인을 마치고 태국으로 향했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지만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의미를 더하는 대목이다.
다만, 과제도 확인했다.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과의 차이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리원원은 현재 3개 부문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상 148㎏과 용상 187㎏, 합계 335㎏ 등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인상 145㎏, 용상 180㎏, 합계 325㎏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파리올림픽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리원원을 뛰어 넘어야 한다.
한편, 함께 출전한 손영희(제주도청)는 인상 122㎏, 용상 161㎏로 합계 283㎏을 들어 전체 3위에 올랐다. 박혜정에게 13㎏ 뒤졌다. 체급당 국가별 1명 출전으로 올림픽에는 갈 수 없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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