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멈추기 어려운 '도파밍' 균형 찾으려면

Happiness feeling icon with a pin on the brain. Concept illustration about Dopamine hormones in the nerve system of the brain that affect happiness and addiction.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SNS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아’로 자극적인 카페인을 수혈한다. 점심엔 당이 떨어져 액상과당이 가득한 음료를 마시고, 업무는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해낸다.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며 ‘혼술’하거나 마라 떡볶이를 먹는다. 퇴근길부터 잠들기 전까지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는다.

현대인의 일상을 버티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도파민 분출’일지도 모르겠다. 숏폼, 멀티태스킹, 스마트폰, 커피, 액상과당, 야식 모두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드는 습관들이다.

 

올해 유독 ‘도파민’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과거 의료·스포츠 기사에서나 보이던 도파민이 이제는 일상에서도 쉽게 쓰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의미의 파밍(farming)이 결합된 신조어다.

 

트렌드대로 주목받기 위한 콘텐츠나 상품, 심지어 기사 제목에도 ‘도파민 폭발!’이라는 문구가 붙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미있거나 자극적인 게시글에서 ‘도파민 터진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이다. 빠른 쾌감을 전달해 활력과 자극을 부여한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렇다보니 ‘도파민이 많이 분출되면 좋은 것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존재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도파민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분비되느냐에 따라 ‘양질의 도파민’과 그렇지 않은 ‘저질 도파민’으로 변한다고 한다. 현대인과 가까운 것은 안타깝지만 후자다.

양질의 도파민은 어떤 행동을 한 뒤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감, 만족감에서 분비된다. 열심히 등산해 정상을 정복했거나, 스포츠 종목에서 목표 성적에 도달했거나, 그림을 완성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이 여기서 비롯된다.

반대로 나쁜 도파민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단순한 쾌락을 얻을 때 힘을 쓴다. 자극적인 숏폼, 술, 게임, 도박, 과도한 음식 섭취 등 노력 없이 즐거운 행동들이 질이 낮은 도파민을 만든다.

 

이런 도파민 공급은 ‘참고 이겨내려는 행동’을 약하게 만든다. 결국 노력보다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주는 것만 찾게 된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푹 빠지기 쉬울 수밖에.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도파민 자체에 중독되지는 않는다. 과도한 분출로 인해 다른 행위에 빠지게 되는 게 맞는 표현이다. 다만 그는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나칠 정도로 자극추구적인 성향을 가진 것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질이 낮은 도파민에 의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에 탈감작이 일어나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것.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에 따르면 결국 뇌는 더 짧은 간격으로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된다. 그는 "과도하게 분비되던 도파민이 제자리를 찾을 때 충동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신영철 교수는 ‘도파민 성지’로 여겨지는 숏폼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두고 질병이라기보다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숏폼 시청 때문에 일상에 문제가 있으면 행동 중독이지만, 일상을 유지하면서 보는 건 괜찮다“고도 했다.

다만 ‘핸드폰 조금만 보다가 마무리해야지’ 하다가 결국 2시간이 훌쩍 지나는 경험을 자주 겪는다면 경고 신호다. 결국 대충 일을 처리하거나, 시험공부 등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 자괴감에 빠진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우울감 등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나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습관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좋은 도파민으로 바꾸는 것’부터 연습해보라고 조언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주 웃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심지어 억지로 웃어도 도파민이 만들어진다. 심리학자 루르드 라몬(Lourdes Ramon)에 따르면 웃으면 엔도르핀과 도파민, 세로토닌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이들 ‘행복 3종 호르몬’이 함께 작용하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생산성은 높여준다. 웃을 일이 없다며 습관적으로 찾은 숏폼 대신 옆 사람과 미소 짓고 인사해보자. 어색하다면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해도 좋겠다.

나아가 단기적 디지털 디톡스에도 도전해보자. 일정 기간 전자기기, 커피, 술 등 자극적인 요소를 끊고 건강한 도파민 분비 패턴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단순히 자극을 끊는 것 보다 이를 대체할 ‘건전한 자극’을 충분히 제공하는 게 포인트다.

스마트폰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건전한 취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그룹 운동처럼 누군가와 함께 듣는 체육활동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등을 쓰기 어렵고 잡생각에서 벗어나기 좋은 구기 종목, 스트레스를 날리는 격투기 등으로 좋은 도파민을 만들어내자. 운동 역시 좋은 도파민을 만드는 훌륭한 활동이다.

도파민은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느끼게 하고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관건은 어떤 도파민을 택할 것인가의 여부다. 쉽게 얻는 자극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를 통해 얻어낸 양질의 도파민을 우선순위에 두자. 활력은 물론 일상을 멋지게 살아내는 ‘갓생(멋진 삶을 이르는 신조어)’도 꿈이 아니다.

 

정희원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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