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을 자초한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2일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을 하면서 축구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 후보를 11명(국내 4명·외국인 7명)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내 후보자들은 현직 감독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시즌이 한창인 프로축구 K리그 사령탑들도 후보에 오르면서 ‘감독 빼오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K리그 희생 강요하나
K리그 감독 빼오기 논란은 정 위원장 체제가 시작된 지난 2월에도 일어났다. 정 위원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차기 사령탑 선임을 위해 부임했다. 1차 전력강화위원회 가 끝난 후 정 위원장은 3월 A매치부터 정식 사령탑 체제로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파악을 이유로 들며 국내 감독에 비중을 뒀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K리그는 2024시즌 개막 직전이었는데 ‘감독 빼오기 논란’에 관심이 쏠렸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 위원장은 방향을 바꿨다. 3월 A매치를 임시 사령탑 체제로 치르고 5월 초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3월 A매치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맡아 분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후보를 추렸는데 현직 감독들을 또다시 포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면접 후 국내 감독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정 위원장은 “후보에 현역 감독들도 다 포함됐다. (시즌 중에 감독을 빼오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그는 “국가대표 코치로서 역할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국가대표팀은 한국 축구를 위한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명예스러운 자리다. 시즌 중에 감독이 팀에서 나오면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감독이 될지는 모르지만 소속팀과는 축구협회와 제가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K리그 팬들은 또다시 시즌 중 응원하는 팀 감독이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황 감독이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난 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정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다. 잘못 예상한 기사들이 나와 우리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다. 황선홍 감독이 대상에 오를 수는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전히 모호한 기준
정 위원장은 차기 사령탑의 요건으로 ▲전술적 역량 ▲선수단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능력 ▲리더십 ▲코칭 스태프 꾸릴 능력 ▲성적 등 8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축구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는 빠져있다. 정 위원장은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 철학을 감독 후보 대상자들에 전달하고 답을 듣는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적합한 감독을 선임할 생각이다. 8가지의 요건에 협회의 기술 철학을 더하고 감독들의 확실한 자기의 축구 철학, 한국적인 분위기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파악 하도록 하겠다. 대상에 올라와 있는 감독 중 적합한 사람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클린스만 전 감독을 의식한 듯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새롭게 자격 요건에 넣었다. 그는 “외국인 감독에 대해선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적인 문화에 공감대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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