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우주소녀 멤버이자 배우 김지연이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주연 배우로 한걸음 더 성장했다.
김지연은 21일 마지막화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서 주연 성수지 역을 맡았다. ‘피라미드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다.
학원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만큼 공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김지연이 연기한 성수지는 백연여고에 전학을 왔다가 한 달에 한 번 왕따를 뽑는 피라미드 게임에 얽히게 된다. 0표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성수지는 왕따를 당하는 고통 속에서 게임을 끝낼 저격수로 각성한다.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사실상 처음 원톱 주연을 맡은 김지연은 기대를 뛰어넘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처음 피라미드 게임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과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왕따를 당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성수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자신보다 막강한 권력 앞에서도 “피라미드를 쳐부수겠다”고 나아가는 성수지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쾌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김지연은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를 통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피라미드 게임’을 향한 뜨거운 반응에 감사를 표했다. 김지연은 “초반에는 ‘에피소드를 일주일에 2회씩 공개하는 게 아닌 아예 한 번에 공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지난주 마지막 방송을 보니까 ‘일주일에 1회씩 공개하면 한 달은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너무 아쉬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지연은 “‘피라미드 게임’과 성수지라는 캐릭터는 제 나름대로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사실 촬영을 끝마친 것만으로도 이걸 해냈다는 생각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김지연은 “이야기가 주는 흡입력이 컸다.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4부까지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게임이라는 소재로 학교폭력을 다룬다는 신선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로 큰 역할을 해보지도 않았고, 학교폭력 장면들도 걱정이 많았다. 또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이후로 또 교복물을 한다는 자체에 부담감은 있었다”면서도 “마냥 착하지는 않은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성수지가) 착한 면도 있고, 정의로운 면도 있고, 그래도 냉정하고 차갑고 이런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고 성수지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극 초반 성수지는 F등급으로 뽑혀 왕따를 당하게 된다. 폭력에 시달리기도 하고, 벌레를 먹거나 물고문을 당하기도 하는 등 높은 수위로 폭력을 당한다. 김지연은 “학폭을 당하는 장면이 많다보니까 큰 마음을 먹고 촬영장에 갔는데 사실 마음 먹은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오긴 했다. 물리적인 고통을 생각했는데 정신적인 고통,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서 초반에는 당황스럽고 힘들기도 했는데 이게 수지의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의 장면을 찍을 때는 그 감정들도 많은 도움이 됐고, 수지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도 좋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왕따를 당한 장면 중 실제로 겪는다면 어느 가혹행위가 제일 힘들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김지연은 “모든 게 잘못된 행위지만 가장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신은 조우리(주보영)한테 시킨 스트립쇼”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보고 있긴 했는데 정말 소름이 끼쳤다”며 “육체적인 고통도 너무 심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훨씬 더 크다고 이번에 느꼈다. 많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피라미드 게임을 설계해 왕따를 주도한 백하린(장다아)이 10회에서 자신의 아픈 과거를 드러내며 “이제 내가 좀 이해가 되냐”고 묻자 성수지는 어이없다는 듯 곧바로 반격한다. 성수지는 “얘 남탓하는 거 지금 나만 역겨워? 합리화 오지고 책임 전가하는 꼴 극혐이고 자기 연민 토 나와”라며 욕을 섞어가며 백하린의 입을 다물게 했다.
해당 장면은 실제로 사이다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지연은 “저는 수지의 마음에 100% 공감을 한다. 피해자인 건 알겠는데 그게 가해자가 될 이유는 없고, 타당성도 없다.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않고, 어떠한 정당성을 주지도 않고 ‘아니 너는 가해자야’라고 수지가 말해서 너무 좋았다”고 성수지에게 공감했다. 김지연은 “제가 수지랑은 너무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찍으면서 ‘나랑 비슷한 점도 많은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장면에서 저도 수지랑 그렇게 똑같이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성수지의 사이다 대사로 인기를 모은 만큼 자신이 봐도 멋있는 장면이 있냐는 질문에 김지연은 “저는 이상하게 방우이(하율리)한테 말하는 게 너무 좋더라. 하린이한테는 친절하게 약 올리는데, 우이한테는 안 숨기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김지연은 극중 서바이벌 총 게임을 하는 모습을 꼽았다. 그는 “그걸 계기로 수지도 하린이의 협박으로 의기소침해 있다가 다시 용기를 얻게 되고, 다른 캐릭터들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하린이한테 크게 한방 먹이는 장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신예 배우로 꾸려진 ‘피라미드 게임‘은 실제로 출연 배우 대부분이 비슷한 또래다. 과거 작품들에선 주로 막내였던 김지연은 이번 작품에선 맏언니로 등극했다. 촬영 현장도 마치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재밌게 촬영했다는 김지연은 “그동안의 작품 대부분은 선배들 사이에서 제가 거의 막내였다. 그래서 항상 누가 되지 않게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선배들을 보면 너무 다 잘하고 모두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있었어서 저도 그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저도 초반에는 그래서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엄청 걱정을 많이 하다가 막상 촬영 시작하고나니 각자 역할을 잘 해서 제가 딱히 할 게 없더라”라며 동료 배우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성수지와 친구들이 모이는 학교 옥상이나 편의점, 그리고 서바이벌 게임의 총을 들고 서로를 향해 장난스럽게 쏘는 장면은 대본보다 또래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컸다. 김지연은 “서바이벌 게임 했을 때 서로 총을 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대본에는 ‘분위기 전환되면 서로 장난치는 아이들’ 이 정도였다. 실제로 진짜 저희가 한 행동들인 거다. 한 명씩 얘기를 하면서 다 각자 배우들의 애드리브였는데, 저도 그 씬을 보면서 좋더라. 진짜 ‘찐’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초반에는 사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한 마디씩 한다고 하면 어색한 부분도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만 봐도 알겠더라”라고 배우들 간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메이킹에서 김지연은 임예림(강나언)이 김다연(황현정)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는 중 실제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지연은 “제가 생각을 해보니까 (임예림을 보고) 계속 안타까운 것 같더라. 이제서야 생각해 보니 제가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할 만큼의 임예림이 이해가 잘 되더라. 촬영할 때도 되게 울컥했던 적도 있었다”고 아이돌 연습생 임예림에게 남달랐던 애착을 보였다.
엔딩에서 극의 무대가 된 백연여고는 미료여고로 명칭이 바뀌고, 미료그룹의 쌍둥이 자매가 전학을 와 피라미드 게임을 다시 부활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쌍둥이 자매의 자기소개를 들은 성수지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막을 내린다. 시즌2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지연은 “시즌2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온 적은 없었다. 저도 대본 보고 혼자 ‘열린 결말이네’ 했다. 해석이 다양하시더라. 저는 이 힘든 과정을 겪어왔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수지가 더 이상 힘든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만약에 시즌2를 하게 되면 어떤 내용을 풀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이 준 메시지에 대해 김지연은 “제일 좋았던 부분이 ‘학교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고,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고 방관한 것도 죄다’라고 얘기를 해주는 것이다. 성수지도 자신이 방관자였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뀌어 나가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에선 실제 드라마 속 피라미드 게임을 모방해, 놀이를 가장한 집단따돌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학교에선 피라미드 게임 확산 방지를 위해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김지연은 “전혀 예상 못해서 그 기사를 보고 너무 소름이 돋았다. 드라마는 사실 ‘어떤 이유에서든 학폭은 안된다. 가해자는 가해자다. 방관자도 죄다’라고 애기하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미성숙한 아이들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는 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절대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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