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데뷔전이다.
일본인 야마모토 요시노부(LA다저스)는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서 주목받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일본프로야구(NPB)를 평정한 자원이다. 지난해까지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팔로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최근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등극했다. 3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은 물론 일본판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도 휩쓸었다. 일본에서 뛰었던 7년간 70승29패, 32홀드,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922개를 기록했다.
더 넓은 무대로 가고자 했다. 빅리그 문을 두드렸다. 심지어 올해로 만 26세의 나이. 복수의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승자는 다저스였다.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MLB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이다. 10년 7억 달러에 자유계약(FA)을 체결한 오타니 쇼헤이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 역시 화제거리였다. 큰 기대 속에 입단한 야마모토는 내친김에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함께 개막시리즈 선발 임무까지 맡았다.
예고편은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 9⅓이닝 9실점으로 들쑥날쑥했다. 구속 자체는 96마일(약 154.5㎞)까지 나왔지만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앞서 야마모토는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시범경기일 뿐이다. 3월 한 달 동안 많은 것들을 확인했다. 개막전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야마모토를 판단할 수 있는 샘플이 많지 않은데 잘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적응이 필요했던 것일까.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야마모토는 1이닝만을 간신히 소화했다.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무려 43개의 공을 던졌다. 아홉 타자를 상대하며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외신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선발투수 중 1이닝 이하 5실점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투수가 됐다. 고개를 숙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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