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맨발로 갯벌 '푹푹'…몸도 입도 즐겁다

'3월엔 여기로' 충남 태안

단돈 3만원으로 이동·식사·체험
전망대 구경·향토음식 '게국지'
갯벌 어싱 위해 키트·준비운동도
체험 후 허브 족욕으로 피로 회복
갯벌 어싱에 나서는 관광객들. 사진=정희원 기자

“이번에 혼자 신청한 MZ 여행객 맞으시죠! 어떠세요? 힐링되시나요?”

15일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 앞 해변가. 갯벌에서 ‘어싱(맨발걷기)’에 나서는 젊은 여성이 “어?” 하고 깜짝 놀라더니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안부를 물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다. 이날 장 차관은 문체부가 국민 지역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단 3만원으로 떠나는 당일 기차 여행 프로그램 ‘3월엔 여기로(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여행)’에 참여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충남 태안. 태안은 오는 7월 전국에서 두 번째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웰니스 관광도시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센터에서는 풍부한 해양자원, 머드와 해수 등을 활용해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만리포 전망타워에서 만리포 해수욕장을 바라보고 있다. 문체부

여기로 충청 로컬여행 중 90명이 참가한 태안 프로그램도 웰니스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특산물 ‘게국지’도 먹고, 촉촉한 갯벌에서 어싱하고, 팜카밀레에서 허브향을 맡으며 족욕하는 등 풍성한 힐링 체험으로 이뤄진 코스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이날 장 차관과의 태안 여행에 함께했다.

장 차관은 다정한 언니처럼, 살뜰한 딸처럼 따뜻하게 여기로 국민여행단에게 안부를 묻는다. 참가자들의 신청 사유도 꿰고 있다. 

서울역, 영등포역, 수원역 등에서 참가자들이 새마을호에 오르며 여행은 시작됐다. 기차 안에서는 코레일관광개발, 문체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준비한 복고 분위기의 이벤트가 이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는 보기 힘든 간식 카트를 끌고 뽑기 이벤트를 펼친다. ‘꽝’이 나온 사람에게도 서운하지 않게 바람개비 머리핀을 선물해준다. 나머지 선물은 여기로에서 진행 중인 지역의 특산물로 채워 호응을 얻었다.

옛 기차 여행 생각이 나는 구운 계란과 추억의 음료수 ‘쌕쌕’도 눈에 띈다. 천안아산역까지 이동해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 이른다. 너른 바다를 보고 다시 만리포 전망타워로 발걸음을 옮겨 한눈에 바다를 담아본다.

만리포 전망타워로 향하는 여기로 국민여행단. 사진=정희원 기자
만리포 전망타워 전경. 사진=정희원 기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의 호남식당으로 향한다. 오늘의 메뉴는 태안의 향토음식 ‘게국지’. 냉장시설이 좋지 않던 과거 소금에 절였던 돌장게에 김장철 남은 배추나 김치 등을 고춧가루 등 양념에 버무려 젓갈과 끓인 음식이다. 지금은 게국지가 진화해 꽃게와 대하를 넣어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장 차관은 “미식여행을 좋아해서 지역 특산품을 알아가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 수저 떠먹으니 달달한 꽃게와 대하의 맛에 김치와 양념의 맛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가 뚝딱 사라진다.

태안의 향토요리 '게국지'. 사진=정희원 기자 

든든히 먹고 신두리 해안사구 주변의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사막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과 해당화 군락, 식생 등이 잘 보전된 곳이다. 2001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이날 태안 해양치유전문가협회에서 지원해 준비운동부터 어싱, 명상까지 도와준다. 모두 함께 줄을 맞춰 가수 영탁의 ‘찐이야’의 노래에 맞춰 간단한 안무로 몸을 푼다. 맨발 걷기를 위한 키트도 받았다. 새로 갈아신을 수 있는 양말, 흙이 묻은 발을 털어낼 수 있는 수건, 생수 등이 드로우 스트링백팩에 들어 있다.

어싱 전 준비운동에 나서는 국민여행단. 사진=정희원 기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갯벌 어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싱은 지구(earth)의 땅을 직접 밟는다는 의미를 가졌다. 맨발로 걸으면 스트레스 감소와 운동성 증가 등의 효과가 있다고. 

어싱보다는 ‘뻘싱’이라는 단어가 더 생각난다. 맨발로 밟는 폭신하면서도 단단한 갯벌의 촉감이 무척 기분 좋다. 모두 한번 밟아봤으면 좋겠다. 이날 만난 해양치유 전문가는 “갯벌의 올록볼록한 물자국 위주로 밟으면 지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어싱이 끝나고 나면 머리가 개운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이를 밟으니 발바닥의 용천혈, 혈점이 마구 자극되는 것 같아 무척 시원하다.

맨발로 신두리 해수욕장의 갯벌을 밟는 느낌이 무척 좋다. 사진=정희원 기자
여기로 태안 어싱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부부. 사진=정희원 기자

다만 하얀색, 갈색빛을 띠는 고둥이 많은데 괜히 밟으면 죽을 것 같아서 걱정된다. 이에 대해 권문선 태안군 문화해설사는 “이는 대부분 황해비단고둥인데, 껍질이 무척 단단해 사람이 밟는다고 해서 절대 부서지거나 죽지 않으니 걱정말라”며 안심시켜준다.

어싱을 마친 뒤 팜카밀레로 향한다. 팜카밀레는 100여 종의 허브와 500여 종의 야생화, 150여 종의 관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접대냥’ 로마(로즈마리의 글자에서 따 왔다)가 국민여행단을 맞아준다.

팜카밀레 허브농원을 20년간 조성한 이곳 박정철 대표는 “땅과 바람과 비와 함께 허브와 식물들을 가꾸면 자연을 이해하고 우리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허브티와 즐기는 족욕 '팜카밀레'.

허브농원 안에 마련된 족욕체험장에 들어가니 다양한 허브와 야생화 향기가 가득하다. 허브에서 추출한 오일을 넣은 뜨거운 물에 발을 넣자마자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허브가 들어간 마들렌과 따뜻한 차도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팜카밀레 직원들이 족욕 중 목 뒤에 뿌려주는 ‘쿨링 스프레이’는 뭉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느낌이어서 인기다. 기념품으로 선물하기도 좋다.

짧지만 풍성했던 반나절이 지나고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다. 장미란 차관은 “우리가 잘 모르는 지역의 숨은 여행 매력을 알리고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행가는 달' 특별 프로그램으로 3월엔 여기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현장을 더 자주 찾아 국민과 관광업계, 지역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로는… 문체부가 운영 중인 여기로는 21개 인구감소 지역에서 특산물과 이색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24개 여행코스로 이뤄져 있다. 요즘엔 한 끼 데이트 비용으로도 모자를 수 있는 3만원에 이동, 식사, 체험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참가자는 추첨을 통해 총 1700명을 선정하는데, 15일 기준으로 11만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무려 65대 1에 달하는 것.‘

 

앞으로 ▲오는 29일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남도 봄의 향기(하동, 구례, 보성)’ ▲30일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강원 충북 로컬여행(괴산, 삼척, 태백)’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여행의 마지막 참가자는 17일까지 신청받는다. 이번에 실패했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오는 6월에도 한번 더 기회가 있다.

 

태안=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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